중국 업자들, 아프리카서 싹쓸이 구매·수입, 가격 3배 폭등

 “이대로 가면 아프리카에서 당나귀 씨가 마를지도 모른다. 상아 때문에 멸종위기에 내몰린 코끼리와 약재로 쓰이는 뿔 때문에 역시 멸종위기애 처한 코뿔소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야생동물의 보고로 꼽히는 아프리카에서 최근 들려오는 비명이다. 당나귀는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 문제를 특집으로 다룬 NHK에 따르면 당나귀 수난 배경에는 중국의 탐욕이 자리잡고 있다.

 당나귀 가죽에서 빼낸 젤라틴을 원료로 한 미용 및 건강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중국 업자들이 싹쓸이 구매를 해 마구잡이로 수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당나귀는 아프리카 각지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존재다. 값은 싸지만 힘이 좋아서 무거운 짐을 운반하거나 이동수단으로 이용된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생계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꼽힌다.
 
 NHK가 현지 취재한 케냐의 경우 지난 3년간 이 나라 전체 당나귀의 30% 이상에 해당하는 60만 마리의 당나귀가 없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행선지는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예부터 당나귀 가죽에서 추출한 젤라틴이 약재로 쓰였다. ‘아교(阿膠)’라고 불리는 이 성분은 빈혈과 생리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요즘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중국 여성들에게 미용과 건강제품으로 주목받으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수요가 늘자 ‘아교’ 생산에 연간 당나귀 400만 마리가 필요하게 됐다. 중국 국내의 당나귀는 지난 몇년간 1100만 마리에서 600만 마리 이하로 거의 절반이 줄었다.

 공급이 빡빡해지면서 아프리카가 새로운 조달처로 떠올랐다. 중국 업자들이 아프리카 각국에서 당나귀 가죽을 대량 수입하기 시작하자 당나귀 가격이 급등했다. 아프리카 어디서나 볼 수 있던 당나귀가 중국의 폭발적인 수요확대로 갑자기 돈벌이 ‘상품’으로 변한 것이다.

 케냐의 경우 지난 2년간 당나귀 전용 식육처리장 3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수도 나이로비에 있는 한 처리장에선 하루 150~200 마리를 도살, 처리한다. 중국과의 합작기업인 처리장 내에는 중국어로 쓴 부위별 대조표가 붙어있다. 중국인으로 보이는 관계자도 눈에 띄었지만 모두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창고에는 당나귀 가죽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케냐 몸바사 항에서 베트남을 거쳐 중국으로 수출한다고 한다. 케냐인 식육처리 공장장은 “정부의 인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조업하고 있다”면서 “당나귀를 비싼 값에 사들여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당나귀 대량 수출은 현지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아프리카 각국에서 당나귀 값이 지난 3년간 3배로 폭등하자 돈이 궁한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소중한 당나귀를 팔고 있다. 일단 당나귀를 팔고 나면 다시 필요해졌을 때 값이 올라버려 살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생활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가격 급등은 당나귀 도둑과 불법거래도 초래하고 있다. 에라이쟈 음왕기(24)도 그런 피해자의 하나다. 당나귀를 이용해 물과 목재 운반 하도급 일을 하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으나 작년에만 소유하고 있던 15마리 중 10마리를 도둑맞았다. 모두 가죽이 벗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산 당나귀보다 가죽이 더 비싸게 팔리기 때문이다.

 당나귀 마릿수가 줄어드는 바람에 음왕기의 수입도 이전의 5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어린 딸만은 좋은 교육을 받아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게 꿈이었지만 이대로라면 학교에 보내는 것조차 포기해야 할 판이다.

 중국의 당나귀 수요 확대가 결과적으로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아프리카에선 아프리카코끼리와 코뿔소 등 귀중한 야생동물의 밀렵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상아와 코뿔소 뿔 등이 중국 등지에 있는 암시장으로 밀수출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나귀의 경우도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중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아프리카 각지에서 불법거래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아프리카와 중국을 연결하는 국경을 초월한 범죄조직의 개입도 의심되고 있다.

 당나귀 보호활동을 하는 비정부기구(NGO) ‘돈키 생츄어리’(당나귀 보호구역) 관계자는 “중국 등지에 상아를 밀수출하기 위해 아프리카코끼리가 밀렵으로 희생되고 있는데 같은 일이 지금 당나귀에게도 일어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비싼 값에 팔리는 당나귀 가죽을 노린 불법거래가 아프리카 각지에서 잇따르고 있다”며 ‘제2의 상아 문제가 돼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대로 가면 당나귀 씨가 마를 것”이라며 니제르를 비롯해 당나귀 수출을 금지하는 아프리카 국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자 중국 업자들은 아시아와 중남미 등지로 눈을 돌리고 있어 대(對)중국 당나귀 수출이 국제문제화할 조짐도 보인다고 NHK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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