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서로 떨어졌던 남과 북
표준어가 달라 말이 같거나 달라
언어통일에 울산 외솔 역할 기대

▲ 홍영진 문화부장

엉덩이, 궁둥이, 볼기. 사람의 신체 부위 중 어느 특정 부분에 집약된 부분을 가리키는 우리말이다. 이 3가지 말이 우리 몸의 어느 곳을 가리키는지, 한 치 오차없이 정확하게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지 모르겠다. 최근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상을 받고 돌아온 울산의 창작뮤지컬 ‘외솔’에서는 이같은 궁금증을 노래와 춤으로 해소시켜주는 장면이 나온다. 일제강점기, 사라지는 우리말을 지키기위해 우리말을 모으고 이를 사전으로 편찬하려던 ‘말모이’ 운동을 관객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알리려는 의도였다.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정답을 제대로 알고 있다. 엉덩이는 ‘볼기의 윗부분’이고, 볼기는 ‘허리 뒤쪽 아래와 허벅다리 위 양쪽으로 살이 불룩한 부분’이다. 궁둥이는 ‘볼기의 아랫부분, 즉 앉으면 바닥에 닿는 부분’을 말한다.

울산 병영에서 태어난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은 우리말 사전의 편찬을 주도하며 해방 이후 우리 글과 말의 체계를 바로 세우는데 큰 공을 세웠다. 이를 기리기 위해 울산에서는 그 동안 한글문화예술제를 개최하고, 한글마을 조성사업을 펼치면서 ‘외솔’과 같은 창작뮤지컬을 만들어 해마다 공연 무대에 올리고 있다. 울산의 인물을 재조명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던 뮤지컬 ‘외솔’ 사업이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문화교류사업의 바람을 타고 북한 공연 가능성까지 타진되는 모양이다. 18일 울산시가 실시한 ‘남북 교류협력 추진상황보고회’에서 울산이 선제적으로 추진해야할 문화예술분야 남북교류사업의 하나로 최근 대구와 울산 무대에서 호평을 이끌어 낸 뮤지컬 ‘외솔’의 북한공연을 언급했다. 정부 산하 남북문화교류협력특별전담반의 주요사업 중 ‘겨레말 큰 사전 공동편찬’이 포함돼 있는데, 그 일환으로 ‘외솔’의 북한공연을 성사시키자는 것이다.

‘겨레말 큰 사전’은 남북한 언어 집대성을 목표로 남북국어학자들이 공동집필 중인 국어사전이다. 남과 북의 언어학자들이 2005년 통일을 대비해 우리말을 통일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고 2009년까지 총 20회의 회의를 거듭했다. 하지만 2010년과 2016년 각각 중단된 뒤 진척이 더디다가 최근의 남북간 분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사업으로 주목받았다. 올해 기준으로 남북이 겨레말큰사전의 표제어로 선정한 단어는 약 33만개라고 한다. 이같은 연구 및 편찬사업의 의의를 사람들에게 좀더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기 위해 외솔의 이야기를 공연물로 완성시켜 남과 북을 오가자는 이야기였다.

사실 뮤지컬 ‘외솔’의 외부공연은 지난해부터 공연 연출부와 제작진 차원에서 꾸준히 추진돼 왔다. 그 첫 단추로 성사된 것이 지난달 열린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었고, 올 하반기에는 한글날(10월9일)과 외솔 선생의 생일(10월19일)을 전후해 서울 공연이 급물살을 타는 중이었다. 그런데 한발 더 나아가 내년 10월 즈음 북한공연 가능성이 제기되니, 추이를 지켜보던 지역 문예계로서도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서울, 그 다음은 평양!” 외솔 공연 이후 뒷풀이마다 나온 희망구호라고 한다. 추상적인 희망이나 막연한 기대에 불과하던 외침이 어느 순간 국가 및 지방정부의 제안사업으로 거론되니 관계자 몇몇은 가슴이 떨릴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남북의 말은 같고도 다르다. 표준어가 다르기 때문이고, 오랜 기간 떨어져 있으면서 뜻이 바뀐 경우도 많다. 언제가 될지는 알수 없어도, 통일에 앞서 하나된 말과 글을 지키고 이를 공유하는 큰 걸음에 울산의 인물, 외솔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thinpizza@ksilbo.co.kr

홍영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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