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현실과 내면의 고뇌, 언어로 형상화

▲ 울산문인 안성길 시인의 새 시집 <민달팽이의 노래>(천년의시)가 나왔다.

울산문인 안성길 시인의 새 시집 <민달팽이의 노래>(천년의시)가 나왔다.

안성길 작가는 고단한 현실과 내면의 고뇌를 언어로 형상화하는 시인이다. 이번 시집 역시 현실과 내면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아와 타인, 우리 사는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그는 옛 달천철장 어귀에 자리한 서재에서 시를 쓴다. 시집을 읽으면 평론가 구모룡의 해설처럼 ‘삶이 사람들 간의 의존관계이며 사물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시인의 생각이 읽혀진다. 익숙한 자연과 인공적인 환경, 그 속에서 새롭게 꽃 핀 이웃과의 인연 마저 주변을 살피는 시인의 눈 안에 포착된다.

‘다시 강허달림 들으며 분통골 가는/천곡들머리 비닐하우스에/별밭 같은 정구지꽃 피었네/막소금 뿌린 듯 눈 시리게 짠한/캄보디아 캄퐁참서 온 새댁 꼴랍 보파/…잡초를 이기고 꽃대 흔드는 꽃무릇처럼/붉은 얼굴 더욱 붉게 번지는/볼우물 소리에 저 멀리/울산비행장에서는/캄보디아 가는 비행기가 뜨는지/들깻잎 서른 장씩 묶다가도/자꾸만 고개 그쪽으로 돌리는데…’ ­ 작품 ‘정구지꽃’ 중에서.

평론가 구모룡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사물과 사람을 경애하는 마음을 지니고서 다 함께 사는 공환(conviviality)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 시인은 “한때 눈 안에 고여 드는 모든 것들 뜨거운 숨비소리에 가슴 벅차 시 쓰기 시작했다. 허나 많은 날들 그 아름다운 순간 놓아버리고 살았다. 불명의 외로움에 시달리던 어느 날, 몸이 이 별에서의 마지막 종소리 듣고서야 허겁지겁 되찾아 헤맨다”고 말했다.

안성길 작가는 1987년 무크지 ‘지평’(1987)과 ‘민족과 지역’(1988)을 통해 시를 쓰기 시작했고, 계간 ‘海洋과 文學’(2008)으로 평론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남동해역> <말희의 사랑> 등이 있고 평론집 <고래詩, 생명의 은유>가 있다. 봄시 동인이며 한국작가회의 회원, 울산시민학교 국어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