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처

 

호흡기 통해 폐·혈액까지 침투
장기간 노출땐 폐암 위험도 증가
미세먼지 농도 洞별로도 큰 차이
지역 세분화해 관리정책 세워야
외출후엔 식염수로 2~3회 가글
하루 물 8~10잔 충분한 수분을

청명하게 맑은 하늘을 본 것도 잠시, 이번 주 다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사건이 있다.

바로 1950년대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런던 스모그 사건’. 런던 스모그는 석탄 연료에서 나온 아황산가스와 공장의 굴뚝에서 나온 매연이 안개와 결합하면서 ‘황화 스모그’를 형성하면서 발생했다. 닷새 동안 스모그 현상이 지속됐고, 이 스모그로 인한 인명 피해는 심각했다. 스모그가 사라지고 3~4일 뒤부터 호흡기 장애를 호소하는 환자가 병원마다 줄을 이었고, 어린이와 노약자를 중심으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이후 2주 동안 4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런던 스모그 사건’을 떠올릴 정도로 우리나라에도 고농도 미세먼지에 의한 심각한 대기오염을 겪고 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고농도 미세먼지가 일주일 정도 지속되면 어린이와 노약자, 호흡기질환자 등을 중심으로 건강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3월 초 매우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가 이어졌고,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크게 늘었다. 나승원 울산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와 함께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미세먼지로 인해 발생되는 호흡기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 나승원 울산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지역 세분화해 미세먼지 관리해야

초미세먼지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이나 천식을 악화시키고, 호흡기 질환을 야기하며 장기적 노출 시 폐암 발생의 위험도 증가시킨다.

화석연료의 불완전 연소 시 발생하는 블랙 카본은 대표적인 1차 초미세먼지(PM2.5)인데,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면서 기후변화까지 초래한다.

나 교수는 “블랙 카본은 초미세먼지의 약 12%를 차지하며, 폐 질환과 심장질환을 일으키고 지구 온난화에도 큰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1차 초미세먼지가 대기 중에서 다양한 반응을 거쳐 생성된 에어로졸 형태의 2차 초미세먼지는 황산염, 질산염, 유기 탄소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납, 비소, 니켈, 크롬 등 중금속도 포함하고 있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초미세먼지의 건강 영향에 대한 연구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서울의 응급실 방문환자를 조사해 본 결과 초미세먼지 구성성분인 암모늄(NH4+), 황산염(SO42-), 질산염(NO3-), 유기 탄소 등의 대기 오염이 증가하면 심혈관계질환이 있는 환자의 응급실 방문이 증가하고, 특히 노인과 여성 환자에서 더 뚜렷한 연관성이 있는 것을 보고했다.

초미세먼지는 천식 유병률도 증가시킨다. 건강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고농도의 초미세먼지 노출이 폐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 텍사스에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천식의 발생률을 조사해 본 결과 오존, 이산화질소(NO2), 초미세먼지가 증가할 때마다 천식 발생률도 증가했다.

나 교수는 “초미세먼지의 건강 영향에 대한 안전한 한계치는 없다. 국내 미세먼지 기준보다 훨씬 낮은 농도를 보이는 지역의 거주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미세먼지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유럽지역에서 수행된 연구에서 폐암 발생과의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국내기준을 WHO 권고기준으로 낮추고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도시 전체의 평균 농도만 주시하면 지역에 따른 미세먼지 농도의 차이가 간과될 수 있다. 울산의 경우 주변 산업시설이나 공장 등 대기 오염원의 유무에 따라서 동 단위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큰 폭으로 차이난다. 지역을 더 세분화해서 미세먼지에 대한 개별화된 관리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스크 착용 필수…면역력 강화로 예방

나승원 교수는 미세먼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경보 및 예보 시스템 활용을 당부했다.

미세먼지 경보는 현재 시점에서 지역별 측정소의 실시간 농도 측정값을 기준으로 시·도에서 발령하는 것이고, 예보는 미리 내일이나 모레의 대기 상태를 모델링 등을 이용해 국립환경과학원이 예측 발표하는 것이다. 예보 등급은 1일 평균을 기초로 좋음, 보통, 약간 나쁨, 나쁨, 매우 나쁨의 5단계로 구분한다.

나 교수는 “미세먼지의 약간 나쁨 단계에서부터 어린이, 노약자, 호흡기질환자 등 취약계층에서는 장기간 실외활동을 가급적 자제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반인들도 나쁨 단계 이상부터는 장기간 무리한 실외활동의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미세먼지 예보는 일기예보, 환경부 홈페이지, 스마트폰 등 다양한 수단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에어 코리아(http://www.airkorea.or.kr)에 문자서비스를 신청하면 자신의 휴대전화로 관련정보를 직접 제공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폐와 혈액까지 스며들어 각종 질환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따라서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다. 그런데 유해물질 차단 기능이 있는 마스크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방법은 숫자를 기억하는 것. 구매 시 ‘KF80’ ‘KF94’ ‘KF99’ 등의 마크가 부착된 제품을 구매하면 된다. 입자 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숫자다. 숫자가 클수록 미세입자 차단 효과는 크지만, 호흡하기가 불편하므로 각자 신체 상황에 맞게 잘 선택해야 한다.

외출 후나 목이 칼칼할 때 생리식염수로 입안과 목젖 부위를 2~3회 가글해 미세먼지를 배출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면역력 강화에도 신경 써야 한다. 특히 과로, 스트레스, 수면 부족, 불규칙한 식생활 등은 면역력을 떨어뜨리므로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충분한 영양 공급은 필수다.

또 하루 8~10잔의 물을 마셔 체내에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고 몸속 유해 물질을 배출해야 한다. 가습기를 사용해 실내습도를 40~60% 정도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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