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타면제 사업 추진...로드맵 수정 불가피할 듯

건축비·R&D 경제성 분석
이미 한차례 예타 좌절 겪어
사업지연 우려에 대책 모색

울산시와 부산시가 공동유치한 원전해체연구소가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사업으로 확정돼 예기치못한 관문을 하나 더 넘어야 할 상황이 됐다. 당초 예타면제사업으로 모든 로드맵을 짠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부산시와 원전해체연구소를 공동유치한 울산시는 불확실성 출현에 대한 우려감을 표명하면서도,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함께 예타 대응논리 개발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15일 울산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원전해체연구소(신고리 7·8호기 예정부지 인근) 사업을 예타 대상사업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예타 조사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에 대해 실시하게 돼 있다. 다만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이나 국가 정책적으로 필요한 사업은 예외적으로 예타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산업부가 추산한 연구소 건립비용은 2400억원으로 당초 예타면제 대상사업으로 추진됐다. 산업부는 설계수명 만료로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의 안전한 해체를 돕고 국내외 원전해체시장의 성장에 미리 대비하는 핵심 인프라로 보고 예타면제 사업으로 로드맵을 설정했다.

산업부는 예타면제 결정권을 쥔 기재부와 여러차례 협의했지만, 기재부가 경제성을 명확히 따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예타 대상사업으로 결론났다.

예타는 2개 분야로 나눠져 진행된다. ‘연구소 기반구축(건축비) 경제성’ 분야와 ‘원전해체산업 연구개발(R&D) 경제성’ 등이다. ‘연구소 기반구축 경제성’은 건축비 2400억원을 들여 연구소를 짓는 게 합당한 지를 따져보자는 것으로, 한수원이 기재부에 신청하는 공기업 예타 방식으로 진행된다. ‘원전해체산업 R&D 경제성’은 연구소 설치가 원전해체산업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검증해보는 것으로, 산업부가 기재부에 신청하는 재정사업 예타 방식으로 추진된다.

연구소 유치를 계기로 원전해체산업을 미래 핵심먹거리로 육성하려던 울산시는 불확실성 출현과 사업 지연 등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예타 대상사업으로 정해지면서 내년도 국가예산안에 관련사업비가 모두 빠졌다. 또 내년초 예정된 한수원의 연구소 건축 기본설계도 예타 뒤로 늦춰질 전망이다.

특히 이미 한차례 예타에서 좌절됐던 터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전해체연구소(당시 원전해체센터)는 2014년부터 미래창조과학부가 1473억원 규모로 설립을 추진했으나, 2016년 6월 예타결과 경제성(B/C)이 0.26으로 나와 설립계획이 좌절됐다. 경제성 기준치 1에 크게 못미치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고리 1호기 등 국내 원전의 안전하고 원활한 해체와 440조원에 달하는 세계 원전해체시장 확대 등 예타의 편익을 높여줄 대외적인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올해초 20년만에 전면 개편된 예타제도 또한 긍정적이다.

우선 예타기간이 평균 19개월에서 1년 이내로 단축됐다. 또 경제성 35~50%, 정책성 25~40%, 지역균형 25~35%으로 배분된 평가 기준을 지역균형 비중을 30~40%로 5%p 강화하고, 경제성 비중은 30~45%로 축소한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한수원과 산업부가 주도하는 예타로, 울산시는 직접적인 이해기관이 아니지만 지원사격에 모든 행정력을 쏟을 방침이다. 연구소가 울산을 원전해체산업의 전략적 요충지로 거듭나게 하는 것은 물론,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전해체연구소가 한수원과 산업부가 주도하는 사업이기는 하지만 공동유치한 울산시와 부산시도 지분이 있다. 연구소 부지는 한수원 소유다. 전체 사업비 2400억원의 10%, 즉 240억원을 울산시, 울주군, 부산시, 기장군 등 4개 지자체가 60억원(2.5%)씩 분담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2016년 예타 실패는 경제성 평가가 R&D 중심으로 진행된데서 비롯됐다”며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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