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미 울산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가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통제 안되는 뇌 발작 반복땐 ‘뇌전증’
문제 생긴 뇌기능 위치따라 증상 다양
선천성 기형·뇌출혈 등으로 인한 경련
장기치료 필요하고 기능장애 동반도
정확한 진단 위해서는 검사와 함께
자세한 병력 청취·목격자 문진 중요

뇌전증은 뇌의 신경회로망의 비정상적 흥분 증상인 경련을 반복적으로 보이는 만성 질병이다. 국내 뇌전증 환자는 약 17만명. 인구 1000만명당 3.5명에 달한다. 울산시 인구를 100만명이라 보면 매년 200~700명 정도가 새롭게 발생하는 것이다.

경련은 뇌신경세포의 돌발적인 기능 이상으로 건강하던 사람도 갑자기 걸릴 수 있다. 자기에게 발생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예측 불가능한 장소나 시간에 신체적 외상을 입는 경우가 많아 일상적인 외출의 두려움, 재발에 대한 불안감·우울감과 같은 정신적 고통도 함께 겪는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나 인식이 좋지 않아 증상을 숨기고 치료 기회를 수년간 방치하다 뒤늦게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발작, 뇌전증이란 질병에 대한 선입견 해소가 중요하다. 이은미 울산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와 함께 경련성질환과 뇌전증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본다.

◇뇌 발작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뇌전증’

뇌는 전기 신호 전달 이상이나 흥분으로 순간적으로 통제되지 않으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가볍게는 수분간 일시적 정신혼동이나 기억상실, 언어장애만 있기도 하고, 한쪽 얼굴, 팔이나 다리가 수분간 갑자기 떨리다 말기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고, 극단적인 경우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호흡곤란 상태에서 온몸이 강직되고 떨다가 10~20분 정도 후에야 다시 정신을 회복하는 발작의 경우도 있다.

이 전문의는 “이렇게 통제되지 않는 뇌의 발작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뇌전증이라는 병명을 사용한다. 뇌의 신경회로망 중 통제가 안되는 누전 회로가 생겨서 여러번 반복적으로 정전이 될 확률이 높은 불안정한 뇌의 상태이다. 하지만 요즘은 치료 방법이 많이 발달해서 뇌전증을 앓고 있다고 해도 불편없이 생활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검사 통해 뇌 신경회로망 손상 여부 확인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깨어나는 경련발작 유사 증상을 보이는 경우 원인에 따라 크게 실신과 발작으로 나뉜다. 실신은 뇌혈류가 일시적으로 광범위하게 떨어질 때 발생하고, 기절, 졸도라는 말로도 사용된다. 그에 비해 발작은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자면 뇌신경 회로망의 ‘급발진’이다.

이은미 울산대학교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진료를 하다보면 환자분들은 경련이나 발작, 기절, 실신, 졸도 등 의식소실과 관련된 명칭을 잘못 이해하고 사용하거나 모호한 표현을 하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의료진은 환자의 표현에서 좀 더 세부적인 추정 병명을 구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증상 발생의 전후과정 및 목격자에게서 정보를 얻고 나서야 경련이라는 추정진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련이 발생하더라도 뇌 신경세포의 정상기능을 방해하는 급성 전신성 질환이 직접 원인인지, 뇌의 신경회로망 자체가 손상돼 생기는 것인지에 따라 심각도가 달라진다.

이 전문의는 “몸의 균형이 깨져서 단발성으로 경련발작이 발생하는 경우는 뇌기능이 일시적으로 흔들린 것일 뿐 직접적인 신경회로 손상이 아닐 수 있다. 예를 들면 심한 고열을 동반한 전신염증, 극단적인 전해질이나 혈당의 불균형, 요독증, 악성 고혈압 등 생체 조절기능이 적정범위에서 심하게 무너진 상태거나 일시적 뇌의 신경회로 조절기능 이상으로 경련이 생긴 경우는 전신상태가 안정화되면 뇌기능도 안정이 되니 재발이나 후유증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선천성 뇌기형, 영유아의 중추신경계 발달장애, 두부외상, 뇌출혈, 뇌경색, 뇌염, 뇌종양의 증상으로 경련이 동반되는 경우는 뇌질환으로 인한 신경회로망의 구조적 손상을 의미하므로 뇌기능 장애가 동반되거나 장기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를 구별하기 위해서 CT, MRI와 같은 뇌영상과 뇌의 신경회로망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뇌파검사, 혈액검사 및 신체검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병력 청취 및 문진 중요

CT, MRI 검사보다 중요한 것이 자세한 병력 청취 및 문진이다.

이 전문의는 “반복적인 발작이 발생하는 뇌전증 환자의 50%는 CT, MRI, 뇌파 검사상 정상을 보인다. 발작은 뇌의 전기적 과정이기 때문에 돌발적으로 나타났다 소실되기 때문에 의료진이 직접 목격하기 어렵다. 증상발생 당시 눈이나 손이 어떤 모양이었고, 얼마나 지속되는가, 반응이나 기억은 어떤가에 따라 실신과 발작을 구별해내야 한다. 결국 진단은 문진이나 목격자 진술에 전적으로 의존해 판단하게 되는데 기억이 끊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의 발작을 목격한 사람이 함께 의료진 또는 구급대원에게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전문의는 “과거에는 몹쓸병이라고 터부시했으나 최근 10여년 사이에 관련 약제 개발이 폭발적으로 이뤄졌고 항경련제를 사용해 발작 증상을 조절하고, 일상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 뇌전증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뇌전증 환자와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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