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한 中企는 노동환경 변화에 취약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큰 부담
탄력근로제 같은 정책적 숨통 터줘야

▲ 김창식 경제부장

울산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업계가 ‘멘탈 붕괴’ 상태에 빠졌다. 50인 이상~300인 이하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 근무제 시행이 한달 남짓 앞으로 임박하면서 업계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하락 미·중 무역전쟁 등과 같은 대외적인 불확실성에 더해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근로시간 단축까지 감당할 경영여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비해 근로조건이나 재무상태가 취약한 중소기업계는 노동환경 변화에 가장 취약한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부분 수출입 등 무역보다는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영세기업이 많은 산업 생태계적 한계에서다.

울산지역에서는 내년 1월1일부터 940여개 중소기업이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받는다. 현재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하는 기업이 많은 자동차, 조선, 기계금속 등 주력 제조업종은 말할 것도 없고 숙박·음식점업, 정보통신업종 등도 근로시간 단축발 경영공포에 몸서리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수년째 계속된 조선업 불황으로 한계에 이른 중소 조선업계는 주 52시간 확대시 경영난 가중 및 기술인력 이탈 심화로 ‘산업붕괴’ 도미노 발생을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급기야 150여 중소협력사들로 구성된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협력사 협의회는 22일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확대 시행될 경우 중소 조선업체들의 연쇄 도산이 불가피하다며 시행 재고와 함께 주 52시간제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냈다.

조선 협력사들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 52시간제 확대를 강행할 경우 업황불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 산업의 위기를 더욱 악화 시키는 것은 물론, 연관 산업 공동화마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또 최저 임금 인상 등 여파로 청년층의 조선업 기피현상과 함께 기술인력 이탈이 겹치며 협력사 인력난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주 52시간’ 확대시 경영난 악화는 업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현재 평균 주 64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대규모 추가인원이 필요한데, 이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근로자의 임금인상 요구 등으로 협력사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 이를 버틸 협력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 중소 조선업체 관계자는 “‘저녁있는 인간다운 삶’ 보장도 높지만 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은 갈소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주 52시간제를 적용할 경우 추가인력과 경영비 부담을 감당할수 있는 기업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스럽다”면서 “시행유예와 더불어 유연근로 요건 완화 등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 생태계는 붕괴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 산업현장에선 근로시간 단축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데는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감내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 자체 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56%가 52시간제 준비가 안된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의 노동시간 실태조사에선 ‘아직 준비 중이거나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중소기업은 39%에 불과했다. 정부와 중기 산업현장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괴리감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소기업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은 산업계의 피해와 고통만 키울 뿐이다. 갈수록 기초체력이 약해지는 중소기업을 살리고 숨통을 틔워주는 보안책을 서둘러야 한다. 일정한 계도기간이나 시행 유예와 같은 일시적인 미봉책 보다는 조속한 입법으로 탄력근로제 등과 같은 중소기업의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반영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창식 경제부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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