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퍼주기식 현금성 예산 제동

3년 이상 울주 거주한 만 18세에 年 200만원 지원
郡, 내년 예산 42억 편성하고 관련 조례까지 추진
복지부와 협의 실패로 사업비 전액 불용처리 돼
군의회 “무리한 공약이행 예산편성 효율성 해쳐”

전국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선심성 복지예산 편성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선호 울산 울주군수의 공약사항 중 하나인 ‘울주 청소년 성장지원금’ 지원사업이 보건복지부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정부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퍼주기식 현금성 예산집행에 대한 제동을 건 것으로, 군수의 공약사업 추진을 위해 시행이 불투명한 사업에 과다한 예산을 편성, 추진절차를 어기고 예산 유동성까지 해쳤다는 지적이 울주군의회에서 제기됐다.

19일 열린 울주군의회 행정복지위원회(위원장 최윤성)의 여성가족과 대상 행정사무감사에서 울주 청소년 성장지원금 지원사업이 도마에 올랐다. 군은 이선호 군수의 공약이행을 위해 청소년 성장지원금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사회 초년생인 만 18세 청소년이 특성에 맞는 직업이나 전공을 찾을 수 있도록 경제적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직전년도 12월31일 기준 3년 이상 계속해 울주군에 주민등록을 두고, 졸업 및 사회 진출을 하는 만 18세 청소년이 대상이다. 군은 1년 동안 분기별로 총 4차례에 걸쳐 50만원씩 총 200만원을 재산과 소득에 상관없이 지원할 계획이었다. 지원금은 군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 바우처 형태로 지급해 학원·서점·악기 구입 등 자기계발 비용은 물론 교통비와 의복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다.

군은 내년도 지원대상을 총 2100명으로 예상하고 42억여원의 예산을 2020년도 당초예산안에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또 사업의 근거가 되는 ‘울주 청소년 성장지원금 지원 조례’를 지난달 10일부터 30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지난 6일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와 협의단계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군은 지난해 10월부터 1년여 동안에 걸쳐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했으나 잇단 수정, 재수정 등의 과정을 거친끝에 승낙을 받지 못했고, 지난 13일 결국 보건복지부로부터 수정안을 제시하라는 재협의 의견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사업취지에는 공감하나 고용노동부 및 울산시의 ‘구직활동지원금’ 등 정부·지자체의 유사 사업과 중복지원 문제가 있고, 사업목적 달성을 위한 지원내용과 전달체계도 구체적이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보냈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결국 ‘청소년 성장지원금’ 사업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퍼주기 예산’ 소지가 있는 만큼 사업을 축소·수정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군은 사업의 근거가 되는 조례안을 자진 철회했고, 내년도에 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보고가 지연돼 이선호 군수가 시정연설에서 사업추진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군의 사업철회에 따라 내년도 당초예산안에 편성됐던 사업비 42억여원은 모두 불용처리된다. 군의회가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사업비를 전액 삭감하면 내부유보금으로 전환돼 내년 추경이 돼서야 활용이 가능하다. 42억원의 예산이 용처가 사라져 발목이 묶이는 것이다.

울주군의회 정우식 의원은 이날 열린 행감에서 “내년에 당장 시행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는 사업을 보건복지부와 1년동안 협의를 벌이고도 해결이 안된 상태에서 조례를 만들고 예산까지 올렸다”며 “이전에 기획예산실에서 사업을 보고할 당시에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예산을 편성해 올렸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42억원이라는 예산을 이 사업에 편성하지 않았다면 다른 데 쓸 수 있었다. 다른 실과는 예산이 부족해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는데 결국 무리한 추진으로 불용처리하게 돼 기가 막힌다”며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예산인데 심사숙고하지 않고 일을 진행하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한편 울주군은 보건복지부의 재협의 지시에 따라 원안을 포기하고 사업 대상자별 세분화 방안을 마련해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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