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봉희 울산환경사랑운동본부 회장

지난 2016년 태풍 ‘차바’로 인해 울산지역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당시 일강수량 266mm의 기록적인 폭우를 동반하면서 태화강을 비롯해 울산 곳곳이 침수되었다. 넘쳐난 물로 인해 많은 건물과 차량들이 물에 잠겼고,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최근에는 지난 9월 울산에 상륙한 태풍 ‘타파’가 강한 비바람을 동반하면서 최대순간풍속 35.7m/s(울기등대)와 3일간 강수량 345.5mm(매곡)이라는 또 한 번의 기록을 세우면서 태화강 국가정원이 침수되는 피해까지 입었다.

울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온화한 기후를 가진 해양도시이지만 이처럼 최근 들어 기후 변화로 인해 집중호우가 잦은 편이다. 울산의 호우와 강풍은 주로 태풍이 동남해안과 동해로 진출할 때나 장마전선이 울산과 경남지역에 동서로 걸릴 때 많이 발생한다. 또 울산과 인접한 경주와 포항에서 2016~2017년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진으로 인한 해일에 대한 잠재적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울산지역의 기상을 담당하고 있는 기상대를 기상지청으로 승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7개의 지방청과 2개의 지청 그리고 7개의 기상대를 갖추고 있는데, 울산은 부산지방기상청 산하의 최하위 조직인 기상대로 운영되고 있다. 기후 변화와 기상 이변에 따른 자연재해가 갈수록 대형화하고 일상화되면서 미세먼지, 폭염, 대풍 등에 대한 기상 예보와 적절한 대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울산은 국가산업단지와 원자력발전소가 주거지에 인접해 있어 시민들이 재난사고 위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다양한 기상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질 높은 기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필수다.

울산기상대가 울산기상지청으로 승격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의 기상대 조직으로는 다양한 기상상황에 빠르고 적절하게 대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울산기상대는 울산과 동부경남지역인 양산, 밀양시를 관할하고 있고,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160만명이 넘는다. 광범위한 관할지역에 비해 울산기상대의 기능과 임무는 30~4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울산기상대의 조직은 정원 5명에 불과하며, 기상관측만 담당할 뿐 예·특보 기능을 할 수 없어 부산기상지방청에서 생산한 기상 예보를 시민에게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다. 전문 인력이 부족한 탓에 지진 등 재난 대응이 쉽지 않고, 지역 맞춤형 예비기술 개발이나 방재기상, 위험기상 등에 대비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울산기상대가 기상지청으로 승격되면 전문 조직이 신설되고 인력이 확충되면서 기상 서비스의 질이 한층 높아지게 된다. 특히 국가산업단지와 원자력발전소 등 기상 이변에 취약 한 시설들에 대한 대형 재난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송철호 시장의 공약이기도 한 울산기상지청 승격을 위해 울산시(환경국)와 환경시민단체, 기업체 등이 참여한 범시민 추진위원회(위원장 김형석)가 구성되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0월2일 출범한 추진위원회는 울산시와 함께 광역시 위상과 울산의 지역적 특성, 관할지역에 걸맞은 기상지청 승격을 위한 노력에 열정을 쏟고 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내년 6월까지 15만명의 서명을 받아 기상지청 승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미래 울산의 재해 예방 인프라 구축을 위해 꼭 필요한 기관이라는 당위성을 알리고 있다.

울산은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을 성공적으로 이룬 경쟁력 있는 친환경 산업도시다. 이제는 울산의 위상에 맞는 지역 기상지청에 대한 기능과 임무가 필요할 때다. 기상지청은 자연재해 예방과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하고, 유사시 원전 방사능 방재 대응에 적절하게 지원할 수 있다. 기상은 시민의 재산과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울산기상지청 승격은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 기후 변화와 기상 이변에 적절하게 대처할 울산기상지청 승격으로 아름답고 안전한 생태관광도시 울산을 위해 관 및 지역언론, 기업체, 시민단체, 시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드린다. 한봉희 울산환경사랑운동본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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