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바꾸는 젠트리파이어- (2)남구 문수로

▲ 슬라임 카페 더하우스(거마로112·사진(1))

신정초 인근 카페 더 하우스
아이와 놀이·휴식 즐길수 있는 공간

도성아파트 인근 카페 솔
일반가정집이 브런치 카페로 거듭나

신정동 모루식당
사무실 개조해 만든 카레 전문 식당

구 울주군청 인근 카페 호음
오래된 주택이 젊은 감각으로 변신

울산시 남구 신정동과 옥동 일대에 주택 개조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구 신정동과 옥동을 아우르는 문수로 일대의 젠트리피케이션 열풍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산뜻한 인테리어 감각과 SNS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경기 불황 등의 이유로 금방 문을 닫게 되는 가게들도 간혹 있다.

 

처음 문을 열 땐 SNS를 타고 활발히 홍보되면서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이내 열기가 사그라들기 때문이다. 신정동과 옥동을 중심으로 젠트리파이어를 찾아 나섰지만, 사라진 간판들과 마주한 것도 수차례. 그 중에서 살아남은 이색 공간들을 모아 소개해본다. 낡은 집에 생기를 불어넣고, 더 나아가 골목과 동네에 새로운 희망의 꽃을 피우는 젠트리파이어와 그들이 운영하는 이색공간을 만나보자.

▲ 브런치 카페 솔(문수로 351번길 60·사진(2))

◇한 가족의 소중한 추억 담긴 집의 재탄생

신정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슬라임 카페 더하우스(거마로112·사진(1))는 2018년 9월에 문을 열었다. 예전엔 후트비스트로, 버틀러커피 등으로 활용됐던 건물이다.

현재는 김현태(38)·이은정(38) 부부가 어린 자녀들과 엄마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슬라임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2층에는 20명가량 수용할 수 있는 별도의 넓은 공간이 있어 어린이들의 생일파티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 카레전문 음식점인 모루식당(문수로457번길 16·사진(3))

남구 신정동은 삼산·성남동과 달리 카페를 찾는 주부층이 많은 지역이다. 이전엔 노키즈존으로 운영돼 지역 내 수요를 다 받아들이지 못했던 반면 지금은 이색 분위기를 연출하는 공간에 아이와 함께 머물면서 슬라임과 커피를 즐길 수 있어 동네 엄마들 사이에서 큰 인기다.

더하우스는 40년 전 지어진 주택을 리모델링했다. 오래된 집이다 보니 중간중간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슬라임 카페 더하우스(거마로112)

더하우스를 운영하는 김현태씨는 “예전에 이 주택에 거주했던 분께서 딸·손자와 함께 카페를 찾았다. 한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집이 잘 보존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어 감격스럽다고 말씀하셨다. ‘이곳은 방이었고, 거실이었는데…’하면서 카페 곳곳을 둘러보고 가셨다”고 말했다.

김현태씨 부부 역시 슬하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김씨는 “거제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둘째를 낳고 퇴사해 고향인 울산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찾는 공간이다 보니, 일하면서 자녀들을 돌보기에도 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 카페 호음(남구 문수로388번길 15-1·사진(4))

◇주택개조 카페로 인생 2막 시작

도성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브런치 카페 솔(문수로 351번길 60·사진(2))도 더 하우스와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열었다.

이 건물은 일반 가정집에서 인테리어업체로 개조됐다가 김보경씨를 만나 근사한 브런치 카페로 거듭났다.

그는 20여년 전 수입식품 사업을 하면서 현대백화점 울산점에 물건을 납품했고, 울산에 자리잡았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전업 주부로 살아가던 중 우연히 이 건물을 구입하게 돼 카페운영을 시작했다.

▲ 브런치 카페 솔(문수로 351번길 60

김보경씨는 “평소 커피를 좋아해서 카페 운영 전부터 카페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카페를 운영하니 생활에 활력이 됐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느낌이다. 카페 운영을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획득했고, 커피 외 콘텐츠를 고민하다가 브런치를 함께 제공하는 카페로 콘셉트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트렌디한 감성 인테리어로 탄생한 공간

신정동 골목길에는 카페 외에도 일반식당도 주택이나 사무실 등을 개조해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카레전문 음식점인 모루식당(문수로457번길 16·사진(3))은 사무실을 개조해서 공간을 형성했고, 윗층은 일반 가정집이다.

모루식당의 경우 매일 ‘오늘의 카레’라는 메뉴를 통해 조금씩 다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메뉴와 휴무 일정 등은 SNS를 통해 공지한다.

▲ 카페 호음(남구 문수로388번길 15-1

신정동에서 길 건너편인 옥동으로 내려가면 또 다른 주택가 골목이 나온다. 카페 호음(남구 문수로388번길 15-1·사진(4))은 구 울주군청 인근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다.

지난해에는 이도공간이라는 카페였는데 2019년 8월부터 운영자가 변경되면서 카페 호음이 됐다. 이곳 역시 젊은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오래된 주택이지만, 젊은 부부의 트렌디한 감성 인테리어로 인해 아기자기한 카페로 탈바꿈했다.

▲ 카레전문 음식점인 모루식당(문수로457번길 16

카페 호음 대표는 “신규 건물들과 달리 오래된 주택만이 주는 독특한 느낌 때문에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있다. 그런데 이 건물을 제외하면 대부분 일반 가정집인 만큼 소음이 새어나가진 않을까 걱정은 된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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