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출연사업으로 추진
예타면제 전제 법인설립 준비
기재부 돌연 입장 번복으로
설계용역 등 후속절차 제동
사업지연 등 불확실성 커져

문재인 정부 탈(脫)원전 정책의 핵심기지로 울산과 부산이 공동유치한 ‘원전해체연구소 건립 사업’이 또다시 불확실성에 빠졌다.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대상이 맞는지 재검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면제 대상으로 결론난 것으로 보고 추진한 한국수력원자력의 연구소 법인 설립 등의 후속 절차가 잠정 중단되면서 건립 지연 등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2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기재부가 원전해체연구소 예타면제가 적절한지 다시 검증에 들어갔다. 최근 교체된 기재부 핵심 실무자들이 예타면제와 관련 법적 근거가 명확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또 면제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간소화한 절차가 아닌 국무회의 등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확정해야 한다는 기조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공기업이 시행하는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 국고 지원액과 공공기관 부담액을 더한 금액이 500억원 이상인 사업은 예타 조사대상에 해당된다. 다만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이나 국가 정책적으로 필요한 사업은 예외적 면제사유다. 원전해체연구소에 들어가는 비용은 2500억원이다.

산업부는 사업계획 수립 당시 예타면제 대상으로 로드맵을 설정했다. 설계수명 만료로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의 안전한 해체를 돕고 국내외 원전해체시장 성장에 대비하는 핵심 인프라로, 예타면제 단서조항에 들어간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기재부는 경제성을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며 지난해 8월 예타대상 사업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산업부는 ‘비영리 출연사업’으로 접근해 기재부와 재협의했다.

한국전력이 전남도에 추진한 ‘한전공대 설립 사업’(5000억원)을 비교 대상으로 제시했다. 한전공대는 법제처에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제3자에게 수익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출연이 예비타당성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령해석을 받아내면서 예타면제 대상이 됐다. 산업부는 이를 벤치마킹해 원전해체연구소를 비영리 출연사업으로 방향을 정했다. 기재부의 공감대가 형성됐고, 한수원은 지난 3월초 이사회를 열고 원전해체연구소 비영리 법인을 설립하려 했다. 법인 이사는 한수원, 한전KPS, 울산시, 부산시, 울주군, 기장군 관계자 등 10명으로 구성키로 각 기관들과 사전 협의도 끝냈다. 2500억원의 출연금 사용 방안 등도 확정짓고, 법인설립이 마무리되는 즉시 원전해체연구소 설계용역에 들어갈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기재부가 돌연 입장을 뒤집으면서 후속 절차들이 중단됐다. 기재부는 오는 6월까지 검증하고 7월에 면제대상 여부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불확실성과 사업지연 등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연구소를 거점으로 원전해체산업의 전략적 요충지를 육성하려는 울산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수원, 울산시, 부산시는 내년 12월까지 기본·실시설계를 진행하고, 2021년초 착공, 2022년 말 완공해 2023년까지 장비를 구축한 뒤 기술연구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재부가 예타 대상으로 결론내면 2023년 완공예정인 사업의 기간이 1년 정도 연장된다.

울산시 관계자는 “당초 보다 법인 설립 등이 4개월 늦어진 것은 맞지만, 예타면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내부 정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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