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인 울산문화예술회관장에 김지태 전 중구 부구청장이 임명됐다. 12명의 지원자 가운데 전직 공무원이 뽑힌 것이다. 김 관장은 정보통신부 공채 7급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2018년 지방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한 뒤 울산시 행정지원국장, 울주군 부군수, 중구 부구청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 7월 공로연수에 들어갔다. 공로연수 중에 개방형에 임명된 사례가 없진 않지만 3급으로 퇴임한 공무원이 4급상당의 개방직으로 되돌아온 사례는 드물다. 위계가 뚜렷한 공직사회에서 어떤 선례를 남길지 관심이다.

문화예술회관장은 울산의 문화예술기관 중에서도 가장 전문성을 요하는 직책이다. 문예회관에서 다뤄지는 문화가 주로 순수예술일 뿐 아니라 관장은 클래식 음악과 무용으로 구성된 울산시립예술단의 부단장직도 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행정직 공무원으로 평생을 지낸 그가 예술행정의 특수성을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을는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관장 공모과정에서 퇴임공무원 내정설이 나돌자 울산시립예술단 노조의 반발이 있었다. 노조는 “개방형공모제가 퇴임공무원을 위한 보은성 인사로 악용돼서는 안된다”고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당시 거론됐던 공무원이 김 신임관장이 아닐 수도 있으나 노조가 특정인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공무원 출신 관장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만은 분명하다. 노조는 새 관장의 자격으로 “대표 복합문화시설 운영과 시립예술단 내부의 복잡한 구도에 정통해야 하고, 예술경영에 대한 마인드도 남달라야 하며, 기관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책임있게 개혁을 실현할 수 있는 전문가”를 제시했다. 당연한 요구다.

물론 울산시 공무원 출신 관장의 장점도 있다. 시 행정을 두루 알고 있는데다 인맥도 두텁기 때문에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또 김 신임관장의 경우 3급으로 퇴직을 했으므로, 하기에 따라서는 4급상당 관장의 위치를 한단계 높여 예산 확보와 추진력 강화의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반면 행정 절차가 변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울산시 문화체육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우려도 없지 않다. 공무원 특유의 안정지향성으로 인해 창의성과 독창성에 기반한 문예회관의 개혁을 제대로 시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울산시가 퇴임공무원을 선택 한 것은 궁여지책일 수도 있다. 외지의 유능한 전문가를 영입하기엔 대우가 충분치 못하고, 지역내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한계 때문이다. 지역내 전문인력 양성이 과제이지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닌만큼 인재 영입을 위해서는 직급을 높이는 등 조건을 개선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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