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회관장은 울산의 문화예술기관 중에서도 가장 전문성을 요하는 직책이다. 문예회관에서 다뤄지는 문화가 주로 순수예술일 뿐 아니라 관장은 클래식 음악과 무용으로 구성된 울산시립예술단의 부단장직도 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행정직 공무원으로 평생을 지낸 그가 예술행정의 특수성을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을는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관장 공모과정에서 퇴임공무원 내정설이 나돌자 울산시립예술단 노조의 반발이 있었다. 노조는 “개방형공모제가 퇴임공무원을 위한 보은성 인사로 악용돼서는 안된다”고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당시 거론됐던 공무원이 김 신임관장이 아닐 수도 있으나 노조가 특정인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공무원 출신 관장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만은 분명하다. 노조는 새 관장의 자격으로 “대표 복합문화시설 운영과 시립예술단 내부의 복잡한 구도에 정통해야 하고, 예술경영에 대한 마인드도 남달라야 하며, 기관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책임있게 개혁을 실현할 수 있는 전문가”를 제시했다. 당연한 요구다.
물론 울산시 공무원 출신 관장의 장점도 있다. 시 행정을 두루 알고 있는데다 인맥도 두텁기 때문에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또 김 신임관장의 경우 3급으로 퇴직을 했으므로, 하기에 따라서는 4급상당 관장의 위치를 한단계 높여 예산 확보와 추진력 강화의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반면 행정 절차가 변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울산시 문화체육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우려도 없지 않다. 공무원 특유의 안정지향성으로 인해 창의성과 독창성에 기반한 문예회관의 개혁을 제대로 시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울산시가 퇴임공무원을 선택 한 것은 궁여지책일 수도 있다. 외지의 유능한 전문가를 영입하기엔 대우가 충분치 못하고, 지역내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한계 때문이다. 지역내 전문인력 양성이 과제이지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닌만큼 인재 영입을 위해서는 직급을 높이는 등 조건을 개선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