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F’20 열흘간 일정 성료

작품-관람객 하나되어 즐겨

선호도 조사 또다른 재미로

현장작업 시민 격려 등 감사

▲ 울산시 남구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 일원에서 열린 2020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가 지난 25일 폐막했다. 전형적인 가을날씨속에 태화강을 찾은 시민들이 설치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2020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이하 TEAF’20)가 지난 25일 열흘간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에서 진행된 올해 설치미술제에는 총 18점의 작품이 소개됐다. 적게는 20여점, 많게는 40여점에 이르던 예년에 비해 숫적으로는 줄어 들었으나 전시장인 태화강국가정원 현장과 작품의 조화로움은 그 어느 해보다 완성도가 높았다. 각 작품이 보여주고자 한 메시지도 심오한 철학이나 작가주의에 함몰되지 않고, 대중의 눈높이를 고려한 적정선에서 도시문화와 지구환경의 소중함을 각인시키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 25일 오후에는 주말 공휴일인데다 마지막 관람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20대 젊은 여성 관람객들은 노을 지는 하늘과 ‘운석’(김데몬), ‘당신곁에있는’(이문호) 등의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가을날 태화강 둔치에서의 아름다운 한때를 추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소현·박선영·김가은(23)씨는 “친구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설치미술제 정보를 얻었다”며 “비바람이 잦았던 지난해 비해 올해는 전시기간 내내 날씨가 좋아,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말까지 올해는 두 번이나 전시장을 방문했다”고 했다.

주말 오후 시간대였던 만큼 반려견과 함께 나온 시민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철새공원 옆 은행나무정원에는 아이들과 함께 데크에 앉아 한나절 이상을 보낸 가족단위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 아들 민규와 함께 나온 박정현(50)씨는 “지인의 소개로 전시장을 난생 처음 방문했다. 유니스트 사이언스월든의 ‘데이터신 정원’은 예술이라기 보다 첨단과학기술처럼 느껴지고, 정혜경의 ‘수평회유’는 금속 소재의 고래 형상을 만들어 공중에 띄워 놓은 것이 특히 인상에 남는다”고 말했다.

올해 전시장에는 관람객 개인의 만족도나 취향을 고려해 어느 작가의 어떤 작품이 시민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받았는지 조사하는 스티커 선호도 게시판이 등장해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게시판에 붙은 작품별 스티커 숫자는 눈대중 만으로도 쉽게 구별이 갈 만큼 차이가 났다. 대중의 인기를 끈 작품은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 바라봐도 한 눈에 띄는 ‘네가 마신 모든 숨’(최연우)과 ‘모타루탑’(아트놈) 등이다. 최연우의 작품은 대형 리본 형상에다 화려한 색감까지 더해졌고, 아트놈의 작품은 귀여운 동물 캐릭터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조수혜 큐레이터는 다만 “스티커 확보 면에서는 그 수가 약간 모자라지만 관객들의 현장반응에서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으로는 아마도 ‘은행나무숲1길’이 아닐까 한다”며 해당 작품의 인기 비결에 대해 “전혀 예술작품 같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순수 한글단어에서 비롯되는 힐링의 크기가 생각외로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최윤정(49)씨는 “나무 아래 공원 설치물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유명 작가의 작품이었다. 미술작품을 밟고 지나가는 색다른 경험도 좋았고, 한 발 한 발 뗄 때마다 ‘각시그렁’ ‘바람하늘지기’와 같은 우리말을 알게돼 나도 모르게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소희 TEAF’20 예술감독은 “전시기간은 열흘이었지만 사실 개막 전 2주 전부터 현장에서 작업하는 작가들과 함께 보냈다. 하루하루 달라질 때마다 시민들이 보여준 격려와 응원의 반향들이 무척 새로웠다. 참으로 감사하다.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 또한 시민들에게 예술로 받아들여지기를 가장 원했는데 올해 전시는 그 부분이 가장 고무되는 점”이라고 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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