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첫 미술관 건립으로 시민 관심
공론화로 청사진 알리다 소식 줄어
‘소수만의 미술관 ’불만 터질 우려도

▲ 홍영진 문화부장

민선 7기가 막 출발한 2년여 전이다. 송철호 시장은 이전에 추진돼 온 울산시립미술관 사업이 시민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며, 공론화를 한번 더 거치기위해 건립사업을 멈추게 했다. 울산 최초의 공립미술관에 대한 시민들 관심이 뜨겁다보니 이에 대한 궁금증을 충족시켜주면서 좀더 나은 발전방안이 없는 지 살펴보자는 취지였다. 울산도시문화에 새로운 전환이 될 미술관을 건립하는 일이 좀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지고, 개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다같은 한마음으로 지켜보자는 생각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일선에선 부작용이 컸다. 수년간 미술관 사업을 이끌어 온 공무원들은 소위 미술관에 대한 따가운 조언들로 인해 기존 사업이 부정적으로 평가될까 봐 전전긍긍했다. 수년간 도움말을 전하던 시립미술관 건립자문위원회도 마찬가지다. 2014년 위원회가 처음 구성됐을 때부터 함께했던 기존 위원들과 2018년 민선 7기 출범 이후 새로 영입된 신규 간의 불편한 분위기도 확연했다. 무엇보다 공론화를 한다며 사업을 멈추는 바람에 사업비는 30억원이나 늘어났고, 완공 시기도 1년 여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시립미술관에 관심을 둔 시민 모두가 ‘이거 하나만큼은 좋아졌다’고 한 게 있다. 소통을 최우선 한 민선 7기 철학이 반영된 듯 울산시 홈페이지 한 구석(문화예술→건립중인시설→울산시립미술관→시립미술관 관련자료)에 각종 위원회의 자료와 이미지 등 추진 상황들을 공개하여 시민들이 원할 때 언제라도 이를 살펴보고 궁금증을 풀도록 만든 것이다. 실제로 2013년 이후 한 해 2~4건에 불과하던 자료 업데이트는 2018년 출범 원년 16건으로 껑충 뛰었다. 시청에서 열리는 미술관 회의 속기록은 물론이고 향후 사업계획도 미리 알려줬다.

문제는 2021년 12월 미술관 개관까지 쭉 이어져야 할 소통 행정이 1년도 이어지지 못하고 2019년 1월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 동안 울산시 공무원은 해외 유수의 미술관 탐방을 다녀왔고, 현장 및 회의실에서의 자문위원회도 열렸으며, 최근에는 울산시립미술관추진단이 구성돼 국제심포지엄도 개최했다. 하지만 민선 7기의 미술관 소통행정은 앞서 밝혔듯이 초창기 몇개월 만 반짝한 뒤 끝나고 말았다.

4일 오후 울산시청에서 시립미술관추진단과 기존의 건립자문위원회가 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미디어아트 중심의 아트센터로 미술관이 꾸며지고, 이에 걸맞는 소장품 구성과 구입방식이 안건에 올랐다. 지역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기존의 공공미술관에서는 볼 수 없는, 미디어아트를 내세운 새로운 비전 아래 글로벌 아트 네트워크의 거점이 될 것이라는 설명도 흘러나왔다.

소통행정이 없으니, 이같은 청사진은 여전히 울산시청 건물 내에서만 맴돈다. 현장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언론이 있기는 하지만 시민들은 지역 언론의 한두꼭지 기사를 통해서만 미술관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한두마디 그럴듯한 안내 멘트나 구체성이 떨어지는 문구 만으로는 오히려 미술관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1년 앞으로 개관이 다가온 시점이라면 이제는 미술관 공간 구석구석을 보여주는 가상의 이미지 정도는 보고 싶다. 아이를 둔 부모는 미술관의 교육이 어떻게 이뤄질 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미술작품은 기본, 전시 이외에 미술관은 어떤 힐링공간을 갖췄는지도 알려주면 좋겠다. 그런데 어디에서 이같이 불타는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러다간 몇몇 소수의 관계자만 정보를 공유하며 그들만의 미술관을 짓고 있다는 불만이 또다시 터질 것 같다. ‘소통’을 외치던 2년여 전 그 때의 사단도 사실은 그렇게 비롯됐다는 걸 벌써 잊은 건 아닌지 걱정이다. 홍영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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