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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쟁이들]수십년 세월의 정성과 노력, 하늘의 뜻이 더해진 울산의 자랑14(끝). 연재를 마무리하며 - ‘쟁이들’에 보내는 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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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12  21: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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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장도

‘울산의 쟁이들’은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담담하게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울산을 기반으로 오랜 기간 전통문화 분야에 몰두하며 최고의 열정과 기량을 보여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 생애와 기예를 소개한다.

70여년 인생을 바친 망치질 ‘은장도’
처용탈…붓…태화먹…벼루…옹기 등
최고의 재료와 장인의 열정으로 만든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고귀한 유산


울산은 오랜 기간 ‘공업도시’로 이름이 높았다. 1962년 공업센터로 지정된 이후 우리나라 산업의 심장이었으며, 지금도 배와 자동차를 만들고 석유를 정유하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산업수도다. 그러나 본디 울산은 자연이 아름답고 사람들의 인심 넉넉한 바닷가 옆의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 붓

울산이 자랑하는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 외솔 최현배 선생님은 “아아 따뜻한 나의 고향 그의 품이 그리우며, 정다운 고향산천 그의 풍월 보고지고, 사랑스런 고향아동 그리 장래축복한다”라며 울산의 풍물을 소개하는 짧은 글, <내 고향의 자랑(울산풍물)>에서 공업화 이전의 한가롭고 풍요로운 울산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글에서 울산은 작은 촌락이라지만, 아름다운 풍광과 맛있는 음식, 유서 깊은 역사 유적과 훌륭한 인물들이 즐비했던 자랑거리가 넘쳐나는 곳이었다.

   
▲ 처용탈

그리고 이제 거기에 ‘울산의 쟁이들’을 더하려 한다. 이번 연재에서는 은장도·처용탈·목판·옹기·자기(磁器)·붓·벼루·먹·한복·염색천을 만드는 울산의 장인들을 만났다. 이분들은 모두 자기 분야에서 수십 년간 외길 인생을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담담하게 걸어온 사람들’이다.

   
▲ 한복

모든 것이 기계화·분업화되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오늘날, ‘물건’은 너무도 쉽게 만들고 구할 수 있다. 상점에 가면 셀 수도 없이 많은 물건들이 진열대에 놓여 팔리기를 기다린다. 일회용품이 범람하고 쉽게 버려지는 물건이 너무도 많은 요즘, 물건 하나하나에 혼을 넣어 만드는 일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 벼루

73년간 90을 훌쩍 넘은 지금도 새벽같이 일어나 매일 불 앞에서 망치질하며 만든 은장도, 대를 이어 온 손재주로 운명처럼 만난 처용의 얼굴을 35년간 나무에 파 낸 처용탈,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우러러봐야 할 부처와 보살의 모습을 궁극의 기술로 아름답게 새겨 낸 변상도 목판,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우리네 인생을 닮은 그릇 옹기, 지극한 정성으로 흙과 유약, 땔감을 마련하고 불 앞의 겸손한 기다림 끝에 만난 자기, 온 세상을 다니며 찾은 좋은 털로 60년 간 인생을 바쳐 만든 붓, 암각화 바위의 땅에서 만난 지나치지도 넘치지도 않는 바로 그 돌로 만든 벼루, 울산 태화먹의 유일한 계승자가 최고의 재료와 기술로 만든 사람에게도 좋은 먹, 천 한 조각 허투루 쓰지 않는 옛사람들의 마음과 솜씨를 닮고 싶어 터럭 하나도 진짜로만 만든 한복, 하얀 천에 준비한 염료가 곱게 물들 수 있도록 맑고 화창한 햇살이 비추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며 물들인 천, 이것이 울산의 쟁이들이 수십 년 세월동안 사람의 정성과 노력에 하늘의 뜻을 더해 만든 것이다.

   
▲ 먹

생각해 보면 배를 만들고 자동차를 만드는 것도 그 규모와 대상은 다르지만 결국 물건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렇게 볼 때 울산의 공예 장인들은 가장 울산다운 일을 하는 것인지 모른다. ‘물건을 만드는 일’이 원래 울산의 지역적 전통인 것이다. 그것이 은장도이든 옹기든 선박이든 자동차이든 간에 말이다.

   
▲ 목판

여전히 울산에는 아직 만나지 못한 장인들이 많다. 그들은 아마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자신이 만들어야 할 물건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 일상으로 여기며 만들고 있을 것이다. 정성·땀·세월·자연·인내의 가치가 너무도 작게만 보이는 지금 세상에 부디 이들이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언젠가 다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이 만들어낸 물건들에서 삶과 기예와 열정, 그리고 자연과 인생의 섭리를 배우고 싶다.

   
▲ 옹기
   
▲ 도자기
   
▲ 염색천
   
▲ 글= 노경희 전문기자·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

글= 노경희 전문기자·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
사진= 안순태 작가/ 표제= 서예가 김중엽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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