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노을 - 정경화
장갑 한 쌍 도로 위에 납작하게 누웠다
한날한시 함께 가자던 우리의 약속처럼
깍지 낀 손가락사이 붉게 피는 겹동백

▲ 김정수 시조시인

동틀 무렵 새벽은 오묘하다 하루를 시작하려 기지개를 켠 노을의 갈기가 붉게 출렁이며 허물이나 새로움을 포근하게 담아내고 있다.

삶의 매듭이 무엇일까 힘들고 지친 노동자의 하루는 집을 나선 남루한 새벽길, 그 길 위에 떨어진 장갑 한 켤레처럼 이 부부는 금실이 좋았던 모양이다.

어떤 인연으로 만나 ‘함께 가자던’ 다짐을 보면 바닥에 납작 누워있어도 거들떠보지 않을 장갑 같은 삶일지라도 새벽노을에 핀 산다화처럼 곱다.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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