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창문 떨어져나간 집서 살고 있는 태용이네
본보-초록우산 연중캠페인

▲ 태용이(가명·9)네 거주 환경. 떨어진 창문 한 쪽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거실 한 켠에 그대로 놓아둔 채 생활하고 있다.

아빠 입·퇴원 반복하면서
엄마가 버겁게 생계 꾸려
거주환경 탓에 아픈 아이들
몇개월째 월세도 내지 못해
조만간 방 빼줘야할 처지
LH 전세임대 보증금 시급

어느덧 찬바람이 거세진 12월, 길거리의 주택과 상가는 문을 걸어 잠갔다. 굳게 닫힌 문들 사이 유일하게 창문이 열려있는 태용(가명·9)이네 집은 멀리서도 눈에 띈다. 태용이네 네 식구가 살고 있는 집은 오래된 주택이다. 낡은 건물은 어느새 제 기능을 잃고 창문 한 쪽이 떨어져 나갔다. 당장 수리가 필요하지만 태용이네 가족은 집주인에게 연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몇 개월째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이 깎였고, 집 주인은 방을 빼달라고 얘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태용이네 가족은 떨어진 창문 한 짝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거실 한 켠에 그대로 놓아둔 채 생활하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창문을 커튼으로 가려 봤지만 찬 바람까지 막기란 어려웠다.

거실에 놓아둔 창문 옆에는 이곳저곳 낡은 벽지가 눈에 띈다. 벽지는 누런 얼룩과 함께 아직 어린 태용이 남매의 낙서로 가득하다. 좋지 않은 주거환경 탓인지 태용이 남매는 모두 알레르기성 비염을 달고 산다. 이 때문에 태용이는 얼마 전 편도 수술을 받아야 했다. 태용이 엄마는 집 문제가 아이들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것 같다며 가슴 아파했다. 이 집에서 겨울을 어떻게 날 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태용이 아빠는 몇 년 전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퇴원 이후 근로활동을 위해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했지만 구직활동은 쉽지 않았다. 최근 인근 가게에서 판매직으로 일하게 됐지만 합병증으로 다시 병원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다. 그동안 태용이 엄마는 홀로 두 아이를 돌보며 생계를 꾸려가야 했다. 최근에는 몇 년 전 수술한 허리디스크가 재발해 통증이 심했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미루고 있다.

열악한 주거 환경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 남편의 건강 악화까지 겹치며 태용이 엄마도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울과 공황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태용이 남매를 양육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꾸준히 치료받고 있지만 어린 태용이마저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가족들의 고민은 자꾸 늘어만 간다.

태용이는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겪었고 검사 결과 ADHD 판정을 받았다.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태용이 부모는 학생 수가 적은 학교로 전학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했다. 태용이가 집에서 학교까지 통학하는 것도 걱정이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도보로 20분 이상 소요돼 아직 9살인 태용이 홀로 등하교 하기에 위험하기 때문이다.

 

태용이 부모는 가족들의 건강과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조용한 시골 마을로 이사하길 희망했다. 이사 방법을 고민하던 중 LH 전세임대 사업을 알게 됐다. 태용이네 가족이 신청한 LH 전세임대 신혼부부 Ⅰ유형은 지원한도액인 9500만원 내에서 전셋집을 구하면 LH에서 전세금의 95%까지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전세금의 5%만 임대보증금으로 자부담하고 LH 지원금액에 대한 1~2% 이자 해당액을 월 임대료로 납부하면 되는 사업으로 주거비 부담을 겪고 있는 태용이네 가족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태용이네 가족은 LH 입주대상자로 선정돼 조용한 시골 마을의 7500만원대 전셋집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전세금의 5%에 해당하는 임대보증금은 약 375만원으로 태용이네 가족은 이마저도 마련이 어려운 실정이다. 내년 1월까지 전세 계약을 완료하지 않으면 어렵게 잡은 LH 입주대상 자격이 상실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마땅한 대안도 없는 상황이라 태용이네 가족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울산지역 아동이 집다운 집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후원에 동참하고 싶다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275·3456)로 전화 혹은 QR코드로 접속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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