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2 - 신웅순

언제부턴가 가슴 한 녘 하현달이 지나간다
저녁 길도 보내고 새벽길도 떠나보낸
걸어둔 처마 끝 등불 늘그막 내 고향집

하현달이 뜨는 가슴 한쪽은 하늘로 치환했다. 보름을 둥글게 넘어온 하현달을 보는 이가 밤늦게 이슬을 맞으며 서성거릴 때 남몰래 달빛을 밟고 가는 사람만이 본다.

▲ 김정수 시조시인

서쪽 하늘에 활의 현을 엎어놓은 것처럼 차갑게 걸려있다. 시인은 밤길 새벽길을 다 걸어오면서 그때는 몰랐다.

이제는 고향에 와서 먼먼 지난날을 돌아볼 여유로움, 처마 끝에 등불이 아직도 걸려있는 듯 바라보는 한가로운 풍경이다.

미물인 여우도 죽을 때가 되면 태어난 쪽으로 머리를 둔다고 한다. 하물며 어찌 사람이 태어난 고향 집이 그립지 않을까. 많은 것을 생략하고 ‘늘그막 내 고향집’을 내세웠다.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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