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 - 유설아

가만히 바라만 봐도 까맣게 속이 탄다
잎새도 꽃자리도 묻어버린 눈보라
아흔둘 뼈마디 삭아 어머니, 돌아누웠다

▲ 김정수 시조시인

텅 빈 겨울 산은 언제 바라보아도 든든하면서 애틋하다.

잠든 듯 깨어있는 듯, 이른 봄 나무를 달래가며 꽃과 잎을 피우게 하고, 무더운 여름은 푸름이 더욱더 짙어져 성숙하게 했다.

가을을 급히 보낸 뒤 산은 막힌 데 하나 없이 문을 활짝 열어두고 앉아 듣는 찬바람 소리를 시인도 넋 놓고 듣는다.

아흔둘 이승 길을 떠나보낸 어머니의 관절이 삭아 드는 아픔을 겨울(눈보라)에 병치시켜 타는 가슴은 더욱 고양된다.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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