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 안주봉

산행 길 옷깃에 얹혀 집안에 든 낙엽 하나
책갈피로 꽂아두니 틈틈이 안부를 묻네
어차피 낙엽 줄에 선 우린 같은 처지라며
하필, 한 장의 낙엽이 왜 따라왔을까.

▲ 김정수 시조시인

묻지 말자. 화자와 함께 살고 싶어서라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귀한 걸음이다.

물기 없는 나뭇잎을 버리지 않고 책장 사이에 끼워두고 책을 뒤적일 때마다 안부를 묻는다니, 생명을 불어넣어 준 것과 다름없다.

버리지 않기를 잘했다.

그 누가 때때로 안부를 물어올까. 그만하면 새로운 벗 하나를 두었다.

마른 잎을 앞에 두고 바라보는 화자는 지금 조락의 계절 일 듯.

‘어차피’라고 체념하는 어조는 동병상련과 다르지 않다. ‘우린 같은 처지라’는.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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