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서울·부산 재선거 ‘집중모드’
같은날 치러지는 울산에는 ‘무관심’
지역발전 물론 정책발굴 한계 우려

▲ 김두수 서울본부장

‘공수처’ 격돌, 추미애·윤석열의 지겹고도 난해한 충돌, 코로나 백신 공방 등등 2020 한해가 저무는 마지막 달력의 23일 여의도 정치권이 남긴 ‘희한한 정치결산’이다. 코로나19 감염확산에 ‘한여름 마스크’로 가뜩이나 답답한 국민들에게 “소설쓰고 있네…”로 점화된 정치권의 날선 속기록은 헌정사에 길이 보존될 것이며, 동시에 후세들에게 연구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또 한해가 시작 되는 2021년의 코앞에 서 있다. 대국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할 여의도는 100여일 앞둔 4·7재보선 전투모드로 급전환하고 있다. 새해벽두 국민의 삶과 희망의 기대는 커녕 언제까지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여기다 바다 건너에서 전해온 ‘변종 코로나’ 뉴스로 불안감을 넘어 공포에 직면했는 데도 답이 없는 백신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수도 서울과 제2의 도시 부산 전쟁 주도권을 놓고 벌써부터 전의를 불태우며 정책발굴은 안중에도 없다는데 있다. 1000만 수도서울과 400만 부산의 승패는 곧바로 차기 정권창출의 바로미터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대진표는 아직 구체화 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력 대선주자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체급을 낮춰 ‘서울집권’을 선언하면서 ‘야권 단일후보’카드를 치고 나왔다. 민주당 등 범여권의 무시전략에 안철수가 ‘야권연합 정부’카드를 들고 나오자 “대선에 자신없으니 벌써부터 ‘철수’했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물밑에선 바짝 긴장모드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대선 주자급을 전면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후보공모와 심사, 경선룰 확정까지도 내년 1월 초 이후로 늦췄다. 수도서울 사수가 그 만큼 신경 쓰이기 때문일까.

야권인 국민의힘도 마찬가지. 일관되게 “안철수와 당대당 후보단일화는 물론 연대는 결코 없다”고 못박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체제도 “서울 전투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로 흔들리고 있다. 간판까지 바꿔 걸고 대대로 물려온 ‘가훈’과도 같은 정강정책까지도 진보로 덧칠한 상황이다. 서울전투에서 패배하면 끝장이라는 위기감 때문만은 아니다. ‘실패한 김종인 체제’의 완결판으로 귀착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야 재보선 지휘부의 무조건 당선 목표의 ‘이상한 시그널’을 볼때 서울·부산 전투에 배치될 선수들 역시 정책대결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선의의 경쟁자를 적으로 간주하고 페부를 찌르는 네거티브로 화력을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에 따라선 장롱 속 감춰진 취약점이 노출되면서 어느 한쪽은 초반부터 화염에 휩싸일 수도 있다.

서울과 부산전투 테세와는 달리 같은 날 치러지는 울산 남구청장 재선거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입만 벙긋하면 ‘산업수도 울산을 지원하겠다’라는 겉치레 조차 안보인다. 국회의원 복합선거구(2명)인 남구는 산업수도 울산의 정치1번지다. 3대 주력산업의 중심부 외에도 소상공인들의 주류를 이류는 울산 경제의 심장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 때만 되면 유니폼에 환장한 단골손님들은 벌써부터 잠을 설치고 있다. 하지만 서울·부산전투에 함몰되다시피하고 있는 여야지휘부의 무관심에 지역발전 비전은 물론 정책발굴은 한계에 머물 것이란 우려가 많다.

여야 정당의 올한해 지원된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을 합친 국고보조금은 1000억원 수준. 민주당이 327억원, 국민의힘 361억원, 정의당 56억원, 국민의당 등 모두 합치면 예사롭지 않는 국민혈세다. 외상없는 전액 현금이다. 정치권은 이 엄청난 돈으로 당 지도부의 활동비에서부터 당직자 봉급, 제반 운영비 등으로 쓴다. “국민위해 제발 정치 잘하라”고 당부한 거액이다. 코로나로 하루 3만~5만만조차 벌기 힘든 중소상인들로선 화가 날 수 밖에 없는 현실. 울산시민들이 정치권에 낸 혈세는 시민들을 위해 다시 쓰여 지기를 희망한다. 여의도 지휘부의 심혈을 기울인 준비된 정책과 예비 후보군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콘텐츠개발로 관심이 집중되는 남구청장 재선거를 기대한다. 김두수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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