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이 바뀐다 - (상)비대면 원격수업의 시대

▲ 울산 남구 도산초등학교 6학년 2반 담임 최미나 교사가 학생들과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로 학교 교육 현장도 바뀌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 수업 방식은 이제 교육 현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본보는 신년을 맞아 코로나시대 바뀐 교육 현장의 모습과 원격수업이 정착되기 위한 대책 및 향후 바람직한 방향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코로나 속 온라인수업 확대 전망
원격 넘어 쌍방향 수업으로 진화
코로나 끝나도 대면수업과 병행
장비 보급·대여 등 인프라 구축
양질의 콘텐츠·교재개발도 시급

◇원격수업의 진화…쌍방향 정착

지난달 22일 오전에 찾은 울산시 남구 도산초등학교 6학년 2반 교실. 학기중이지만 신종코로나로 원격수업이 연장돼 학생들이 나오지 않아 마치 방학같이 조용했다.

텅 빈 교실에서는 교사가 혼자 책상에 앉아 모니터 2대를 번갈아 응시하며 수업에 여념이 없었다. 한 대의 모니터에는 퀴즈 문제가 떠 있었고, 또 다른 웹캠이 설치된 모니터에는 집에서 참여한 학생들의 얼굴이 보였다. 학생들이 보이는 화면은 수시로 바뀌었고, 교사는 이 모니터에서 학생들과 대화를 하며 문제를 풀었다.

교사가 화면 상에 뜬 문제를 읽으며 “비정부기구인 ‘ㄱㄹㅍㅅ’는 지구 환경과 평화를 지키고자 한다. 자 이 기구 이름은 무엇일까요”라고 물었다. 교사의 질문이 끝나자 학생들은 흰 종이 등에 정답을 쓴 뒤 “그린피스요”라고 답했다. 단순히 정답만 맞추는게 아니라 답을 적을 때 (정답을 맞춘 대가로)선물을 가질지, 버릴지도 선택을 하게 되는데, 선물이 플러스 점수가 될 수도 있고, 마이너스 점수가 될 수도 있다.

최미나 교사는 이에 대해 “단원 마무리를 위한 문제풀이를 학생들이 보다 더 즐겁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이렇게 만든 것이며, 실제 학생들의 참여도 높다”며 “음악이나 영어수업 등에서는 학생별로 점수를 산정해 평가가 이뤄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쌍방향 원격수업은 학년별·반별 조금씩 다르나 일반적으로 1교시는 9시30분부터 10시10분까지, 2교시는 10시20분부터 11시까지 각각 40분씩 실시한다.

현재 이 학교는 3학부터 6학년까지는 쌍방향 원격수업을 실시하고, 1~2학년은 EBS와 학습꾸러미를 이용한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다른 초등학교들도 대부분 비슷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고, 1·2학년 저학년들에 대해서도 쌍방향 원격수업을 도입하는 학교가 차츰 늘어나고 있다.

이명길 도산초 연구부장은 “초등학생들에게 원격수업은 2시간 이상 힘들고 집중도 되지 않아, 1시간에서 2시간 까지가 적당하다고 보면 된다”며 “과목도 국어, 사회, 수학, 영어 등에서 이제는 음악, 체육과목까지도 원격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격수업 인프라·콘텐츠는 아직

쌍방향 원격수업은 등교수업을 하지 못해 교사와 학생, 또 학생들간 단절된 대화와 소통의 창구가 되고 있기도 했다. 이날 이 학교 5학년 2반 교실에서는 창의체험 수업이 끝난 뒤 교사와 학생들이 모니터상에서 각자 근황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도산초는 지난해 울산에서 원격수업 모델학교로 운영된 학교 중 한 곳이다. 두 달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6월부터 쌍방향 원격수업을 실시했다. 플랫폼은 줌(Zoom)을 활용하고 있고, 콘텐츠는 ‘도산 원격수업, 따라하기’ 등 자체 제작했다. 이 콘텐츠들은 울산시교육청 시스템에 탑재해 타 학교 교사들과도 공유하고 있다.

이명길 연구부장은 “원격수업 초창기에는 웹캠, 모니터 등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데다 콘텐츠도 없어 막막했고, 제대로 될 지 의문이었다”며 “원격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학부모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수렴하고, 매일 모델학교 운영일지를 작성해 개선점을 찾아 나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학교의 자체 노력과 시교육청의 인프라 지원 등으로 도산초 뿐 아니라 울산의 전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이제 원격수업이 어느 정도 정착되어가고 있다. 또한 대학교와 학원 등에서도 비대면 원격수업은 ‘위드 코로나’ 시대 새로운 수업방식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이러한 원격수업은 대면수업과 함께 병행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쌍방향 원격수업이 갈 길은 아직 멀다. 학교별로 컴퓨터(데스크탑, 노트북), 웹캠, 무선망 등 인프라 구축의 차이가 있는데다, 가정에서도 가정형편 차이에 따라 수업환경이 다르다. 장비 보급·대여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양질의 원격수업 콘텐츠 및 교재 개발도 시급하다.

이와 함께 체육수업 등의 한계와 원격수업 중 학생들이 밥을 먹는 등 딴 짓을 하거나 집중을 하지 못해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못한다는 점, 교사들의 역량 강화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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