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달 - 김임순

제 눈썹 한 짝을 동쪽 하늘 걸어 두고
새벽녘 푸른 자락 기대 누운 누에나방
동트면 떠나보낼 그대 속울음 우는 거다
서산에 걸려 있는 그믐달은 낫가락 같다.

▲ 김정수 시조시인

어둠에 묻혀 비수처럼 하늘 한편에 처연한 맵시로 길을 재촉하는 달, 눈썹-누에는 거듭나기 위해서 쉼 없이 일생의 밤을 짠다.

매듭으로 돌려 묶었다 풀어 감기를 반복하여 저 자신을 가두는 누에는 나방이 되어 고치를 떠난다.

초승에서 그믐이 되기까지 고단한 삶을 지고 왔다.

동트기 전 보내야 할 빈 고치를 향해 뒷걸음치며 바라보는 나방의 목이 쉰 울음은 아침노을로 환생할는지.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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