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울산 갈수록 늘고 지역경제 악화일로
내년 울산공업센터 지정 60주년 앞두고
성장 DNA 깨울 인재 유입 기반 닦아야

▲ 신형욱 사회부장

새해가 밝았지만 예년과 같은 설렘이 덜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이다. 2000년 밀레니엄 해돋이 이후 거의 한번도 빠뜨리지 않았던 신년 첫 해맞이 행사도 사실상 강제 종료됐다. ‘해맞이 한번쯤 안하면 어떻나?’ 하겠지만, 20년 이상 새해의 소망을 빌고 다짐을 해오던 큰 의식(?)인지라 허전하다. 비슷한 사람들이 많았던지 주말인 새해 둘째날과 셋째날에도 해돋이를 나선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희망이란 단어를 떠올렸을까? 종방 없이 맞이한 신종코로나 시즌2, 쫓기듯 보낸 경자년의 모습까지 역대급으로 침울한 연말연시다.

한 편의점 업계의 분석도 다르지 않다. 1월1~3일 판매 정보를 분석한 결과 주류, 먹거리, 생필품 등의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최대 98%까지 뛰었다. 반면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119% 늘어났던 필기구를 비롯해 봉투, 노트 등의 새해 결심상품의 매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였다. 신종코로나로 새해 분위기가 덜해 일반적인 연휴와 똑같은 매출 양상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올해 내내 이어질 듯하다. 전 국민 백신접종이 올 4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에 마스크와 더불어 다시 한해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답답하다. 지난해 2월 쫓기듯 사진 한장없이 고교 졸업장을 받고, 대학 캠퍼스 근처도 못 가본 채 대학생이 된 딸의 전철을 올해 아들이 되풀이해야 하는 상황이 먹먹하다. 인생의 최애 추억거리 하나를 날려버린 안쓰러움이 시리다.

울산시를 비롯한 지역 지자체의 신년 계획도 기승전 신종코로나 극복이다. 송철호 시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하루빨리 보급돼 울산 시민 모두가 위기를 무사히 극복하고 일상의 행복을 되찾는 한 해 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문제는 코로나 이후가 더 걱정이다. 연말연시 쏟아진 각종 지표는 암담하다. 지난해 연말 기준 울산의 주민등록인구가 5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10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7년 이후 연간 1만여명이 탈울산했고, 지난해는 1만3581명으로 해마다 낙폭을 키우고 있다. 고용부의 2019년도 시도별 일·생활 균형지수도 울산은 43.3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1위 서울의 58.8점은 물론 전국 평균 50.5점에도 한참 못미쳤다. 하락폭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현 상황이라면 내년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은 또 태화강의 기적을 일군 울산공업센터 특정공업지구 지정 6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침체의 늪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울산의 성장DNA를 다시 깨워야 할 때다. 하지만 미래를, 희망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9브릿지란 성장사다리를 내세우지만 아직은 공허하다. 시민 의견 수렴이 안된 정략적 정책과 공신 챙겨주기 인사는 여전해 보인다.

지체할 틈이 없다. 성장을 말하고, 이를 뒷받침할 인재유입 정책이 중요한 시기다. 울산 관가·경제단체의 높은 문턱을 스스로 살펴봐야 한다. 적극행정을 말하면서도 대기업 중심 산업구조 탓인지 벤처 등 강소 중소기술기업은 찬밥신세다. 대기업은 우수 브레인을 울산에서 빼나간지 오래다. 반면 벤처기업 등은 인재를 데려오고 싶어도 열악한 여건이 가로막는다. 무늬만 울산사람인 이전 공공기관 직원에게 주는 혜택조차도 없다. 최근 들어 우수한 인재 육성기관이 들어서고 있지만 인재를 붙잡지 못하는게 울산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용훈 UNIST 총장이 지난해 취임 1주년을 맞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 소프트웨어, 인재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한 이유일 것이다. 9브릿지 성공의 열쇠도 인재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하다.

카피라이터 정철의 저서 ‘사람사전’은 ‘희망과 사람은 같은 말이다. 언제든 서로 자리를 바꿔 앉아도 좋은 쌍둥이 같은 말이다’고 정의했다. 신축년! 제2의 태화강의 기적을 일궈나갈 인재들이 오고 싶어하는 기반을 닦는 ‘희망’ 가득한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신형욱 사회부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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