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인지 ‘잉여촌’ 제35호
팔순 전후의 8人 작품 담아
올해는 삶·문학이야기 대신
정치·사회현상 시에 녹여내

 

‘너희들은 만백성의 피를 빨아먹고/부정부패로 몸을 살찌우면서/내가 너희들의 피 한 방울 빨아먹었다고/무지막지하게 때려죽이다니…’

-박종해 시인의 ‘모기는 죽으면선 말합니다’ 중에서

‘경비원 면접보러 가는날/…머리에 먹물 들인 덕분에/면접은 통과했다만 나이를 감춘 죄로/…화장실 숨어서/일흔 넷을/울었다’ -조남훈 시인의 ‘면접’ 중에서

 

시동인지 <잉여촌> 제35호가 나왔다.

칠순을 이르는 또다른 말, 종심(從心)이다. 마음대로 하여도 어긋남이 없다는 뜻이다. 시동인 잉여촌은 여덟명 동인 모두가 칠십을 훌쩍 넘겨 팔순을 전후한 원로들이다.

우리 시대 원로들은 코로나 속 어지러운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문학에의 열정을 깊은 울림으로 분출 해 온 원로들이 올해도 거르지 않고 눈 앞의 세상을 함축적인 시(詩) 언어로 완성했다.

그런데 올해는 좀 다르다. 삶, 예술, 문학, 가족, 생활 등 본인과 주변의 일화에서 시상을 찾아내던 지난 호와 달리 이번 호엔 국가와 사회, 정치와 미디어 속 울고 웃픈 현상들을 ‘시’ 안에 심어놨다.

김성춘 시인은 ‘납작한 당’ 외 6편을, 김용길 시인은 ‘아내의 잠Ⅰ’ 외 8편을, 박종해 시인은 ‘상처받은 사람들의 통곡’ 외 5편을, 오하룡 시인은 ‘세상 기 채우기’ 외 8편을 실었다. 유자효 시인은 ‘역병’ 외 9편을, 이상개 시인은 ‘별꼴나라 벨꼴나라’ 외 9편을, 장승재 시인은 ‘변하는 것들’ 외 7편을, 조남훈 시인은 ‘봄날이 환하게 아프다’ 외 9편을 각각 실었다.

한편 잉여촌은 1964년 창간호를 발간한 뒤 1985년 제18호 동인지를, 1991년 <잉여촌선집>를 발간한 뒤 휴간됐다. 이후 2004년 복간호(제19호)를 내면서 다시 활동에 들어갔으며 이후 해마다 동인 8명의 창작시를 발표해 왔다.잉여촌의 연혁이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만큼 동인들의 문력 또한 울림이 상당하다. 동인 모두 울산을 비롯해 인근 도시에서 활동하며 여전히 뜨거운 열정으로 창작에 몰입하면서 지역 문단의 원로로 자리하고 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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