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도 ‘비대면·언택트’ 대세
울산지역 자원·문화·커뮤니티 연결
디지털 기반 새로운 문화가치 창출을

▲ 홍영진 문화부장

문화예술을 대하는 방식이 한순간에 달라졌다. 직접 마주할 수 없으니 ‘온라인’ ‘비대면’으로 예술가와 관람객이 만난다. 신문사 문화부의 취재 방식도 마찬가지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직접 현장을 가지 않고도 공연이나 전시 기사를 마감한다. 생생한 현장감이 생명인 문화기사 조차도 노트북 화면 이동으로 행사를 관람한 뒤 버젓이 ‘리뷰’라는 타이틀로 소개하는 것이다. 예전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예상치 못한 팬데믹의 영향으로 느닷없이 시작됐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단어가 나오기 이전부터 이미 ‘포스트 코로나’의 전조 증상은 늘 있어왔다. 돌아보니 그렇다.

밀레니엄을 전후하여 세계 최정상의 독일 베를린필하모닉은 ‘디지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2008년 ‘베를린필 디지털 콘서트 홀’을 시작했다. 세계 각국으로 인터넷을 통해 클래식 공연실황을 중계하는 시스템이다. 이용 요금은 10여년 전 당시 가격으로 연간 150유로(23만원)였다. 32회에 이르는 베를린필 정기공연과 2008년 이후 축적된 각종 연주 데이터베이스(DB)를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었다. 참고로 베를린필의 내한공연 입장료는 1인 30만~50만원 대에 이른다. 거장 사이먼 래틀 경이 지휘하는 최정상이자 최고가 클래식 음악을 ‘내 집 거실’이나 ‘점심 이후 사무실’에서 고화질 화면으로 즐기도록 한 것이다. 음악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서비스 도입 2년 만에 유료 가입자가 5000명을 넘어섰다. 베를린필 연주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비 유럽권 클래식 애호가에게 어필한 것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 3월, 베를린필은 세계인을 위로하기 위해 ‘디지털 콘서트 홀’을 잠시 무료로 전환해 한번더 관심을 끌었다.

10여년이 지난 요즘은 한국 K팝이 그 일을 이어가고 있다. K팝 콘서트 중계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콘서트를 통해 수익성까지 확인됐다. 2019년 6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방탄소년단 공연은 네이버 V라이브 플러스에서 생중계했다. 전세계 14만명이 지켜봤다. 3만3000원을 결제해야 시청할 수 있었으니, 오로지 온라인 공유로만 46억원을 번 것이다.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는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도 마찬가지다. 대면과 비대면을 동시에 진행한 지난해 화랑미술제는 온라인 방문자 더 많았다. 사실 눈 앞에서 원작을 대할 때와 같은 감동에는 못 미친다. 다만 기성작가의 새 작품과 신진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한 곳에서 확인한다. 무엇보다 가장 궁금하지만 함부로 묻지못하는 그림가격을 전면에 내걸어 호응이 높았다.

‘비대면·언택트(untact)’ ‘디지털화·온택트(Ontact)’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택 아닌 필수다. 혹자는 ‘베를린필’ ‘방탄소년단’ ‘국내최대미술시장’ 정도의 인지도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럴수록 우리가 다시금 돌아봐야 할 곳이 지역의 자원, 문화, 커뮤니티를 연결해 디지털 안에서 새로운 문화가치를 창출하는 일이 아닌가 한다.

울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울산예총)가 제작한 온라인예술플랫폼 ‘울산복합아트센터’, 울산민족예술단체총연합(울산민예총)의 유튜브채널 ‘도깨비난장TV’는 우리 손으로 만든, 우리 지역 첫 디지털 문화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지난해 이어 올해도 진화의 보폭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울산문화재단의 디지털콘텐츠기반구축사업 구상도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야한다. 울산예술, 울산작가, 울산스토리의 일상공유를 위해서는 민간단체나 예술가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온라인 콘텐츠를 송출하는 가칭 ‘울산문화예술전문방송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홍영진 문화부장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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