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응 명분 동남권 발전논리
부산 중심 추진에 울산지역 소외
울산 가덕도신공항 원한 적 없어

▲ 서찬수 편집국장

국토부가 어제(9일) ‘가덕도신공항 건립 추진 태스크포스(TF)단’을 발족하며 가덕도신공항 건립을 위한 준비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TF단은 가덕도신공항 사전타당성조사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하위법령 정비 등의 작업에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가덕도신공항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는 국토부로서는 부정을 긍정으로 바꿔야 한다. 한마디로 오늘의 국토부가 어제의 국토부와 대결하는 우스운 꼴이 됐다. 아무튼 ‘동남권 숙원’인 가덕도신공항이 우여곡절 끝에 출발점에 다시 선 모양새다.

부산지역에선 환영일색이다. 현수막에 릴레이축하 광고까지 등장했다. 반면 울산지역은 냉랭하다. 울산과 연관된 대형사업 등을 두고 찬반이 분분했던 예전과는 전혀 다르다. 어쩌다 지자체나 경제단체가 부산에서 열린 회의에서 조건부 찬성을 했다는 정도가 지역언론에 소개되는 정도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700만 동남권 숙원사업이라는 데 말이다. 이쯤되면 울산은 동남권이 아닌가 보다.

동남권은 지난 1987년 정부의 국토계획심의회에서 중부권, 서남권, 동남권 3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경제권별 종합개발계획을 확정하면서 본격 부각됐다. 이때의 동남권은 지리적으로 부산과 경남 일원 그리고 경북 일부를 포함해 구획됐다. 종전 직할시 부산광역권이 동남권이란 새로운 이름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후 2000년대를 위해 수도권의 비대를 견제하고 국제화를 위한 국토 균형개발을 전제로 7개 광역권으로 1994년 재편됐지만 동남권은 유지됐다. 부산 중심의 동남권 개발은 부산과 인접한 김해 울산 마산 창원 진해 밀양 장승포 등 7개 시와 함안 밀양 거제 울주 양산 김해 창원의 7개 군 등 14개 시·군을 포함시켰다. 당시 김해공항의 수용시설 한계를 감안해 새로운 국제공항을 신설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당시 언론에 언급된 국제공항 후보지는 창원군 일원이다. 광역경제권 재편 이후 부산은 이에 맞춰 장기비전으로 도시개발계획을 이어가고 있다.

동남권이란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이 부산이 아닐까 싶다. 울산과 경남에서는 딱히 이 말이 그리 많이 사용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부산 중심의 동남권이란 말도 있다. 과거 거가대교 건설에 앞서서도 동남권 숙원이란 말을 부산지역에서 붙였다. 지금의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판박이 같다는 생각이 짙다. 부산권에서는 수도권 대응, 지역균형발전이란 대의명분을 필요할 때 동남권을 거의 문패처럼 앞세운다. 그것도 울산이 좋든 싫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

수도권에 있던 중앙기관 이전이나 신설 등에서 과거 동남권이란 명분을 앞세워 성공한 적이 적지않다. 이러한 것들은 부산이 주도했고 그 결과물 또한 부산의 차지였던 경우가 많다. 가까운 예를 들면 동남권원자력병원이 그렇고, 원전해체센터도 있다. 부산은 지난 2002년 울산-부산-경남간 동남권 연대체제 출범 이후 공조체제가 강화된 것을 계기로 울산과 장기적인 행정적 통합을 제의하기도 했다. 사실상 경남 울산시가 아닌 울산광역시를 흡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돼 논란만 일으켰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동남권이란 단어가 거슬린다. 수도권 대응과 국토의 균형발전이란 대승적 의미에서의 동남권 개발과 발전이 부산 중심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1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부산에서 열린 국정토론회에서 “동남권(부산·울산·경남)은 각각 하나씩 가지려고 하면 중앙정부에 요청하는 과정에서 설득력이 떨어져 지역 상호간 경쟁이 생길수 있다”며 당사자간 협조를 요구했다. 부산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동남권 발전을 위한 것인지, 울산과 부산 경남의 득실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게 우선이다. 그렇지 않다면 가덕도신공항 건설에서 울산을 빼는 게 마땅하다. 울산시민들이 김해공항보다 더 먼 곳에 건설되는 신공항을 이용하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할 것이다. 그런데 왜 찬성해야 하나. 부산중심의 동남권을 위해서? 서찬수 편집국장 sgij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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