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탁 - 윤정란

꽃 숲에 드는 날은 허물마저 벗어놓고
털거나 털리거나 꽃 하나 가슴 하나
화창한 어느 봄날에 두 손 탁탁 터는 바람

▲ 김정수 시조시인

바람은 부화뇌동하지만 화합하지 않는다.

화려한 꽃밭에 오는 날은 마음을 내려놓고 정갈한 척 하지만 본색을 어찌하지 못한다.

느닷없이 여린가지를 이리저리 끌어당겨 세차게 흔들며 핑계도 가지가지다. 몸피에 붙어 있는 묶은 비늘을 떨어내준다는, 이골이 난 빈말이 능청스럽다.

거침없이 요란을 떨어도 나무는 묵묵히 꽃피우는데만 안간힘을 쏟는다.

공연히 얼쩡거리다 싱겁게 빈손 털며 저만치 가는 바람. 과연 멋적기만 했을까. 봄! 김정수 시조시인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