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황어쑥국

▲ 사라진 울산맛 ‘황어쑥국’ 대신하여 ‘도다리쑥국’을 조리했다. 콩가루에 버무린 쑥은 고소하고 향긋한 향미를 만든다. 조리시연 울산음식문화연구원

옛 시절을 떠올리게하는 ‘울산의 맛’을 기록하고자 한다. 예전과 똑같은 재료로 옛 맛을 되살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달라진 자연환경과 새로운 규제가 걸림돌이다. 더이상 구할 수 없는 재료는 최선의 대안으로 진행한다. 조선 최초의 한글요리백과 ‘음식디미방’처럼 친절한 조리법을 곁들여 추억의 맛, 그리운 그 맛을 재현한다.

태화강 오염에 사라진 황어
1990년대 들어서 자취 감춘뒤
2000년대 다시 거슬러 왔지만
보호어종 지정되며 포획 금지

귀한 황어 대신에 도다리
주재료 황어 구하기 어려워지자
봄도다리로 ‘도다리쑥국’ 끓여

달래장과 궁합 최고 도다리쑥국
콩가루 넣으면 담백·깊은 맛
강한 맛 길들여진 젊은층 위해
봄나물 달래 쏭쏭 썰어 만든
달래장 영양밥 곁들이면 좋아

▲ 황어떼

울산 태화강은 회유어종으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 황어는 봄의 전령사로 통한다. 해마다 3월이면 황어떼가 물길을 거슬러 올라왔다. 같은 시기 강변에는 봄쑥이 무성하게 자랐다. 황어와 쑥은 그렇게 조합을 이뤘다. 힘겨웠던 옛 시절, 겨우내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 줄 먹거리로 안성맞춤이었다.

지역음식문화를 연구하다보니, 울산의 어르신들을 만나 옛 시절을 떠올리게하는 음식에 대해 묻곤했다. ‘황어쑥국’은 그럴 때마다 등장했다.

송근원(87·울주군) 할아버지는 “봄이 오면 먹을 것이 없어서 황어를 잡았다. 누이가 쑥을 뜯어오면 어머니, 아버지와 같이 황어를 넣어 쑥국을 끓여 먹던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다.

▲ 달래장 영앙밥

박동근(85·울산시 중구) 할아버지는 “청년들끼리 태화강에서 놀았다. 봄이 되면 일부러 상류로 올라갔다. 하류보다 물길이 좁고 얕았다. 보통은 오르막 물길에서 그물로 황어를 잡았다. 힘좋은 장정들은 종종 발차기로 잡기도 했다. 발길에 채인 황어가 휙 강밖으로 날아와 떨어졌다. 그걸 주워서 불에 구워먹고, 집으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황어 이야기는 신문과 방송 등 언론매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몇년 전 한 지역 일간지에는 울주군 범서읍이 고향이라는 지역 인사가 황어쑥국을 추억하는 칼럼을 실었다. 상류쪽 범서읍 전역의 태화강 줄기마다 황어를 잡는 사람과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붐볐다고 한다. ‘황어계’ 모임이 있을 정도였다. 평소에 일정량의 보리쌀을 갹출했다가 이를 환전해 황어가 돌아오는 봄철 어느 날을 잡아 마을사람들이 나들이를 즐겼다는 추억담이다.

▲ 쑥과 콩가루

집으로 가져 간 황어는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게 조리 해 먹은 듯 하다. 대개는 된장과 고춧가루에 풀어서 국을 끓였다. 어느 집은 황어를 푹 삶아서 체에 걸러 가시를 뺀 뒤 어린 쑥을 넣고 다시 끓였다. 또다른 집은 마늘과 파, 방아잎을 더 넣어 울산 특유의 알싸한 풍미를 한껏 더했다.

다만 이같은 ‘봄날의 호사’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태화강이 오염되면서 1980년대 이후부터 점점 사라졌고 1990년대 들어서는 아예 황어가 사라졌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황어가 다시 태화강을 거슬러 올라오기 시작했다. 준설사업이 수년간 지속된 뒤 태화강과 둔치가 시민들의 여가와 문화생활 공간으로 바뀌면서 사라졌던 회유어종들이 다시 태화강을 찾은 것이다. 다만, 황어떼와의 반가운 재회는 그 것으로 그쳐야 했다. 돌아온 황어는 보호어종으로 관리되면서 예전같이 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먹거리가 많아지고 입맛도 달라졌으며 배고픔을 모르는 세대가 늘면서 그 옛날 울산의 맛으로 손꼽히던 ‘황어쑥국’은 추억 속 그리운 맛으로만 남게 됐다.

▲ 도다리

◇황어쑥국 대신한 도다리쑥국

이달 초 태화강에서 회귀성 황어가 관찰됐다. 하지만 황어쑥국을 재현하는데는 걸림돌이 많다. 우선은 주재료인 ‘황어’를 구하는 것 부터 쉽지 않다. 황어는 현재 울산시의 회귀 어류 보호종이다. 산란을 마치는 시기인 지난 15일부터 다음 달 4월14일까지는 불법 포획과 어로 행위 자체가 금지된다. 이를 어기고 황어를 포획하다 적발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람들은 선바위교 인근에 설치 된 ‘황어 회귀 관찰장’에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이 관찰장은 다음달 4일까지 운영된다고 한다.

▲ 달래장

황어를 대신 할 ‘봄도다리’를 농수산물 새벽시장에서 사왔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도다리쑥국’으로 황어쑥국 조리법을 대신하기로 했다.

도다리 자연산은 1㎏에 3만원씩 꽤 비쌌다. 비용이 부담되므로, 울산의 또다른 특산물인 가자미를 활용해도 좋겠다.

 

우선 야채와 다시마, 멸치 등을 우려된 다시물에 도다리를 넣고 한번 더 끊인 뒤 도다리는 건져낸다. 다듬은 쑥은 콩가루로 버무린다. 이때 콩가루는 볶은 콩가루가 아니라 삶은 콩을 말려서 빻은 생콩가루가 좋다.

다시물에 도다리를 넣고 한소끔 끓으면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콩가루 쑥무더기를 한웅큼 집어서 끓는 냄비에 넣어 한김만 살짝 쐰 뒤 그릇에 옮겨 담는다.

◇쑥국에 곁들일 달래장영양밥

▲ 이다혜 전문가·울산음식문화연구원장

콩가루를 넣은 황어쑥국(도다리쑥국)은 담백하고 고소하며 깊은 맛이 난다. 쑥향 특유의 냄새가 나지만 부담스럽지는 않다. 된장이나 국간장 만으로 간을 한 황어쑥국은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는게 좋다. 다만 강한 양념맛에 길들여진 요즘 젊은이들은 ‘씀씀한 맛’을 싫어할 수도 있다.

이럴 땐 봄나물 달래를 총총 다진 뒤 고춧가루, 깨소금, 참기름을 섞어만든 달래장이 특효약이다. 이를 영양밥에 얹어서 비벼먹는다. 영양밥은 버섯, 감자, 당근 등 흔한 야채를 잘게 썰어 불린 쌀과 함께 밥을 지으면 된다. 풍미를 더하는 홍합살도 넣는다. 뜸을 들이고 김을 뺀 뒤 영양밥을 그릇에 담고, 달래장을 얹어서 황어쑥국과 내놓으면 궁합이 잘 어우러진 한 상이 완성된다.

이다혜 전문가·울산음식문화연구원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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