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블록 - 윤경희
무심코 밟은 바닥이 누군가의 눈이었다
손을 내민 듯한 울퉁불퉁한 촉수였다
틈 사이 갇혀 있었던 누군가의 길이었다

▲ 김정수 시조시인

인도 위 나란히 깔린 노란 선을 밟고 지나왔다.

발 밑에서 느껴지는 둥그란 요철들. 알고 보니 빛의 강약 파장을 타고 앞 못보는 이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등대이자 나침판이다.

한번쯤 보이는 그 너머를 바라보자. 무심코 점자 블록 위에 선 우리, ‘누군가의 눈’을 밟고 서 있는 건 아닌 지.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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