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김영춘 극단 지니 대표

힘들어도 연극·극단 포기 못해

올해 울산씨어터예술단과 정극

울산연극제서 신인연기상 받아

▲ 김영춘 극단 지니 대표
“공연으로 먹고사는 사람인데 지난해 코로나로 수입이 끊겼죠. 물론 저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작지만 명색이 극단 대표인데, 직원들 4대 보험 혜택은 고사하고, 대출조차 할 곳이 없더라고요. 타격이 너무 심했어요.”

울산연극협회 회원인 극단 지니 김영춘 대표는 울산 북구 진장동에 있는 한 대형마트 소극장에서 가족 뮤지컬 공연을 하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을 덮쳤을 때도 이 소극장 무대에서 공연했다. 하지만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어린이집·유치원 예약 관객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예약이 취소되면 허탕을 치기 일쑤였다.

“지난해는 공연무대에 서는 것보다 야간 택배 배송 작업을 더 많이 했을 거예요. 낮에는 가끔 초등학교 수업도 나갔는데도 그 수입으로는 가족극단을 운영하는 데 무리가 있었거든요.”

이 때문에 한 가정의 가장이자 극단 대표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팔아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극단 단원들의 월급을 주면서 근근이 버텼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좋아하는 연극과 극단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힘든 나날을 버티던 김 대표에게 다시 한번 정극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울산씨어터예술단과 함께 울산연극제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8일 막을 내린 제24회 울산연극제에서 배우 인생에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큰 상을 받았다. 바로 극단 울산씨어터예술단의 작품 ‘이놈! 저놈! 똑같은 놈?’에서 도둑 역으로 등장해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으며 신인연기상을 받은 것이다.

“사실 연극을 시작한 지 아주 오래됐는데 신인상을 받아 쑥스럽긴 했지만, 가족들이 모두 보는 자리에서 상을 받아 자랑스러웠어요. 코로나가 어서 빨리 끝나 울산에서 저만의 작품을 마음껏 해보는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전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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