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본격 방류땐
가까운 우리나라에 가장 큰 위협
주변국과 긴밀하게 협조해 대응을

▲ 정영혜 울산과학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일본은 지난달 우리 정부를 포함한 주변국들과 일본 내부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를 공식적으로 결정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원인이 된 동일본 대지진부터 지금까지 일본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원전사고가 발생한 2011년에는 ‘먹어서 응원하자!’라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문구를 보면 단순히 지역 생산물 부흥을 위한 것처럼 보이나 해당 동영상을 보면 후쿠시마를 포함한 동일본의 농수산물을 먹어 그 지역의 부흥을 촉진시키자는 캠페인이었다. 홍보 영상은 후쿠시마의 채소를 꼭 먹어보라고 시청자에게 권한다. 식욕을 돋구기 위해 오이를 씹는 효과음과 즐겁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정부차원의 홍보가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설사 그들이 후쿠시마 이외의 동일본 음식은 안전하다고 말하더라도 방사능의 전파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일본 요식업계에서는 후쿠시마의 농산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자영업자들은 저렴한 가격 때문에 후쿠시마의 쌀을 사용하고, 일부 상품이나 체인들은 싼 값에 후쿠시마 생산물을 이용하면서 이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이미 일본은 열도 대부분이 음식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곳이 되지 못하나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일본의 20대 직장인과 후쿠시마의 음식에 대해 대화를 하다가 놀란 적이 있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우주로부터 이미 방사능을 맞고 있는데 후쿠시마의 방사능은 별거 아니다.’라는 그의 생각을 듣고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일본인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문제는 일본이 후쿠시마 농수산물의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장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을 방문한 다른 나라의 국빈에게 후쿠시마산 음식을 대접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후쿠시마 수산물이 다른 나라의 생산품으로 위장되어 수입되려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을 준비과정에서 올림픽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사용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발표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조금씩 사람들의 건강과 먹거리를 잠식하고 있는 지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그 위협은 급속도로 가속화될 것이 뻔하다.

방류까지 앞으로 약 2년, 아직은 긴 시간 뒤의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일본과 가장 근접해 있는 우리의 상황은 절박하다. 일본 정부는 정치적 안정에 눈이 멀어 자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지만 주변국의 의견을 들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일본의 고위공직자부터 “한국이나 중국 따위에게 비판을 듣고 싶지 않다”는 망언도 서슴지 않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서 그나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던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마저 일본의 결정을 지지하고 있어 더욱 답답하다. 미국은 오염수 방류가 일본의 투명한 결정이며 핵 안전 국제적 기준에 부합한다고 하였고 국제원자력기구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반기며 이를 획기적인 사건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일본이 지난해 국제원자력기구에 분담한 예산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국과 중미지역 8개국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오염수 등 해양 생태계 및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에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태평양을 포함한 지구 전체의 해양환경을 함께 보호하기로 했다.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는 오염수 처리과정의 투명한 공개와 방류철회를 위해 최근 어선까지 동원한 해상시위로 강한 의지를 표출하였다. ‘일본방사능 오염수 방류저지 대학생 긴급농성단’도 결성되었다. 울산은 전남, 부산, 경남, 제주와 공동으로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 철회와 해양환경보호 등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울산시청 앞에서는 한 정당이 지구의 날을 기념해 오염수 방류 철회를 촉구하는 피케팅과 퍼포먼스 등을 열었다.

이제 정부는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의 비호 아래 독선적 행보를 하고있는 일본에 맞서 오염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일본의 잘못된 결정을 철회시킬 수 있도록 다른 나라와의 긴밀하고 체계적인 협조로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훗날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가 우리 아이들이 되지 않도록.

정영혜 울산과학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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