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건 울산대 명예교수
1912년 제작된 일제 지적도에
병영성과 별개로 ‘성’ 표시된
새 성벽을 남외성으로 추정

▲ 1912년 제작된 울산시 중구 병원동 일원 지적도. 빨간 원으로 표시된 부분 윗쪽부터 병영성 남문, 장시. 맨 아래 성(城)자가 표기된 곳에 남외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본보가 울산병영성 남문 밖 ‘남외성’의 존재를 지역언론 최초로 보도(2021년 4월30일자 14·16면)했다. 남외성은 임란당시 왜구가 쌓은 울산왜성(옛 학성공원)의 돌을 빼내 우산백성이 국난대비 도시방어를 위해 새로 쌓은 성곽이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남외성’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유구를 확인하고 전문가의 고증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남외성 흔적찾기’ 작업은 의외로 쉽게 해결됐다. 결론부터 밝히면 남외성은 울산시 중구 남외동 ‘병영1동 행정복지센터’ 앞 도로와 골목을 따라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 영좌병영지도를 확대한 그림, <울산지역성곽연구> 수록.

한삼건 울산대 명예교수는 본보 기사를 접한 뒤 “‘남외성’의 존재는 역사학자와 성곽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일부만 알고 있었을 뿐 일반인에게 제대로 알려질 기회가 없었다”며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경상일보 기사를 보게 됐고, 현 위치 추정에 도움될 만한 옛 논문집 내용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한삼건 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쓴 2012년도 건축학회논문집에 따르면 1858년 축성된 남외성은 1910년대 이후에도 건재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1912년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울산시 중구 병영 일원 지적도에는 병영성과 별개로 ‘성(城)’이라고 표기된 곳이 한 곳 더 있다. 지적도에는 병영성의 남문, 지금의 병영시장을 있게한 옛 장시(場市) 그리고 남외성의 존재를 알리는 ‘성’자가 일직선 상에 놓여있다. 이 지적도의 구도는 조선조에 제작 된 ‘영좌병영지도’와 거의 흡사하다.

▲ 영좌병영지도. 서울대 규장각 소장

한 교수는 “현재의 ‘병영1동 행정복지센터’ 앞 도로와 골목길을 따라 남외성이 존재한 것으로 추정한다. 거의 확실하다. 발굴 조사를 진행한다면 성곽 유구를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외성은 논문 이후 2017년 출간한 <울산지역성곽연구>에서도 한차례 더 언급된다. 책에는 남외성에 대해 ‘지적도 복원을 통해 확인되는 병영성의 성곽은 원형에 가까운 형태이며 본성 외에 남문 바깥에 (또다른)성벽이 확인되고 있는데 이는 병사 이원희가 1859년 쌓았다는 남문외성이다. 남문외성의 형태는 성벽이 병영성의 본 성곽까지 이어진 것이 아니라 100여m 남짓 길이에서 끊어져 있는 형태다’라고 기술했다.

본보를 통해 남외성의 존재를 알린 송수환(울산대 인문과학연구소 전 연구교수) 박사는 “내 연구는 문헌을 바탕으로 남외성의 존재를 알리고 그에 얽힌 울산병마절도사와 울산백성들의 이야기를 전한 것일 뿐 남외성의 위치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여겼으나, 지적도를 통해 위치를 알 수 있게 돼 다행이다. 남외성의 의미를 조명하고, 이를 이 시대에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문제가 후속으로 논의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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