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지지율 곤두박질에도 민심 외면
정치도 연극무대처럼 뒷모습 ‘쓸쓸’
강성 친문세력 일방주의 경계해야

▲ 김주홍 울산대 교수·국제관계학

연극은 공연할 때는 정신없이 바쁘지만, 끝나고 나면 유행가 가사처럼 배우도 관객도 모두 떠나버리고 무대 위에는 정적과 고독만이 남게 된다. 정치무대가 그 쓸쓸함을 그대로 닮았다. 새로운 세력이 국민들의 열광 속에 집권 했어도 그 정권이 바뀌면 뒷모습은 늘 그랬다. 집권 직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80%에 육박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는, 아직도 청와대를 떠날 시간을 1년 이상 남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최근 자료를 중심으로 보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월29일에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29%로 나타났다. 집권 이후 최저다. 또한 5월2일에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33.0%를 기록해 이 또한 같은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코로나 방역 및 백신, 경제민생 등의 분야 순으로 불공정과 정책실패가 여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율 40%를 마지노선으로 대처했던 정부-여당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또한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 결과가 그럴만했다’는 평가를 정당화한다.

하지만 집권당의 대처는 한가롭기 그지 없었다.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반영하겠다던 집권여당 초선의원들의 반성은 친문강경 권리당원들의 ‘문자폭탄’에 여지없이 무너져 이틀 만에 스스로 ‘변절’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그리고 소위 ‘K-방역’의 우수성을 홍보하며 백신의 중요성에 회의적인 의견을 교통방송 프로그램에서 수십차례 강변했던 ‘기’모씨를 청와대에서 방역기획관으로 위인설관하여 앉히기까지 했다. 특히 압권은 그 교통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 김모씨를 지키기 위하여 전직 청와대 대변인인 김모 의원, 추모 전 법무부장관,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의 중진들까지 나서서 ‘기울어진(?) 언론환경’을 탓하며 방어막을 쳤던 점이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문 강경파 윤호중 의원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 사실 윤의원은 국회 법사위원장 시절 편파적 법사위 운영이나 일방적 법안통과 등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던 바 있어서, 대화와 타협이 본연의 임무인 원내대표에는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많았던 인물이다.

그런데 5월2일 오후에 끝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선 ‘비문’의 송영길 의원이 ‘친문’ 세력을 대표하는 홍영표 전 원내대표를 0.59%p 차이로 누르고 새로운 당대표에 선출됐다. 권리당원의 투표반영 비율이 월등하게 높았던 투표구성이었던 만큼, ‘2000명의 초강경파 당원들의 문자폭탄이 70만명의 당심을 왜곡하고 있다’는 민주당 비주류 의원들의 지적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김기현(울산 남구을) 의원이 선출되어 당대표 선출시까지 대표권한대행을 맡게 된 상황에서 집권여당의 원내 진용이 갖추어진 만큼 이제 내년 대통령선거를 향한 양대 정파 간 대결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정당에 대한 지지율도 가장 최근의 조사(5월2일 리얼미터 발표)에서는 더불어민주당 27.8%, 국민의힘 37.3%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여야 원내의석수(5월3일 현재)는 174석 대 101석, 58% 대 33.67%로, 최근의 여론지형과 많은 괴리를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성 친문세력을 등에 업고 의회에서 일방주의를 고수하려는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움직임이 있다면 이는 가장 먼저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에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게 고집을 부리면 부릴수록 연극이 끝난 이후 무대의 쓸쓸함이 더욱 짙어지는 장면을 겪게 될 것이다. 부디 돌아오라, 민생으로!

김주홍 울산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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