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이론 뒤집는 ‘무질서 암염’ 소재 설계원리 찾아내

▲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서동화 교수.

UNIST 연구진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주목받는 ‘무질서 암염 물질’의 설계 원리를 새롭게 제시했다. 고가의 배터리 양극소재를 값싼 무질서 암염소재로 대체할 수 있는 연구개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에너지화학공학과 서동화 교수 국제공동연구팀이 고성능 무질서 암염 전극 설계 원칙으로 여겨지던 ‘리튬 과잉 조성’ 원리가 특정 무질서 암염 소재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고 9일 밝혔다. 

리튬 비율을 고가의 전이금속 대비 35% 이상 높게 설계하는 리튬 과잉 조성은 전극 성능은 높이지만 동시에 전지의 수명을 줄인다고 알려졌었는데, UNIST 연구진이 이 원칙을 뒤집는 물질을 찾아낸 것이다.

▲ 무질서 암염 양극재의 결정 구조(왼쪽)와 합성된 망간 기반의 무질서 암염 양극재 입자 사진. UNIST 제공

코발트, 니켈 등 고가 희귀금속이 다량 포함된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리튬이온배터리) 셀 가격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값싸고 매장량이 풍부한 망간, 철 등이 많이 포함된 무질서 암염 소재가 새로운 양극재로 주목받고 있다. 무질서 암염은 소금결정과 유사한 원자 배열 구조를 갖는데, 양이온인 전이금속과 리튬이 무질서하게 배열돼 무질서 암염 물질이라 불린다. 상용소재 대비 용량도 30~50% 이상 커 전기차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을 저장할 대용량 배터리 소재로도 적합하다. 

다만 무질서 암염 양극재의 짧은 수명은 상용화의 걸림돌이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양극재의 고용량 성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일반 양극재보다 리튬 함량을 높게 설계해야만 했다. 그런데 소재 내 리튬 함량이 높으면 불안정한 산소가 전극 밖으로 잘 새나가 전지 수명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공동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망간, 바나듐과 같은 특정 금속 기반의 무질서 암염 소재는 리튬 함량을 줄여도 고용량 전극의 성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으며, 수명은 기존 보다 2배 이상 좋아졌다. 반면 니켈이나 코발트 금속 기반 무질서 암염 소재는 기존 이론대로 리튬 함량이 높을수록 전극 성능이 좋다. 

연구진은 리튬 함유량이 다른 두 종류의 망간 기반 무질서 암염 소재를 이용한 실험과 밀도범함수 이론 기반의 양자역학 모델링 기법을 통해 기존 이론에 배치되는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서동화 교수는 “전기차 뿐만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 증가로 값싸고 용량이 큰 배터리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무질서 암염 소재가 상용화 된다면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에너지재료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즈’에 지난 6일자로 공개됐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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