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 촉진 명분 특별법 남용
천문학적 예산 힘센 지자체들만 독점
울산시도 특단의 개발 계획 서둘러야

▲ 김창식 논설실장

지난해 국가채무는 사상 첫 1000조원을 돌파했다. 나랏빚을 함부로 못 늘리게 하는 ‘재정준칙’ 관련 법안은 유명무실한 ‘식물기구’로 전락한 국회에서 낮잠을 잔지 오래다. 이 와중에 내년 총선용 포퓰리즘 법안은 계속 쏟아져 나와 정쟁의 불씨가 되고 있고,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는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비상등을 울리고 있다. 그런데도 몇몇 지자체는 ‘특별법’을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 나라 곳간을 마치 제 것인양 퍼가고 있다. 특별법 제정의 명분은 수도권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한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실상은 ‘지역개발 이익’이라는 목적달성을 위해 특별법을 보검인양 휘두르고 있다.

부산은 가덕신공항 건설 특별법, 신항만 건설 특별법, 2030 월드엑스포 유치 특별법 등의 3건의 특별법 제정에 성공했다. 부산의 경제 발전, 교통 인프라 확충, 문화·관광 활성화 등을 꾀한다는 명분 아래 만든 특별법이다. 부산은 이 특별법을 무기로 동북아 물류중심도시로 부상하며 주변 울산과 경남 중소도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려 하고 있다.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은 삼국시대 ‘나제동맹’과 비슷한 ‘달빛동맹’을 만들어 국가예산을 마구 흡입하고 있다. ‘달빛동맹’의 총대는 대구시와 광주시가 맨 모양새다. ‘달빛동맹’은 지난 4월 ‘쌍둥이 법안’으로 불리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과 ‘광주 군공항 특별법’ 제정에 성공했다. 대구·경북은 군위·의성지역에 신공항을 짓고 주변 지역은 첨단물류 및 산업단지, 친환경 에어시티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또 현재의 공항은 24시간 잠들지 않는 두바이식 개발을 통해 첨단산업·관광·상업 중심 도시로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광주·전남 역시 군공항 이전과 신도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별법에 담긴 공항 이전사업 부족분의 국가 지원 명문화, 범부처 지원위원회 구성 등은 추진의 동력원이다. 달빛동맹은 나아가 대구와 경북·경남·광주·전남·전북 등 6개 시도를 경유하는 달빛고속철도건설 특별법 제정에 힘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다. 충청권도 지난해 4월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을 근거로 충남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인구 50만명 규모의 자족형 복합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또 강원도는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에 따라 6월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번 특별법은 강원도 야당 정치인들 조차 ‘도지사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넘겨주는 반 지방자치법이자 난개발법’이라고 비판할 정도로 지역개발에 파급력이 큰 법이다. 이밖에 경남도는 누리호 발사 성공에 힘입어 사천 우주항공청 개청을 위한 ‘우주항공특별법’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특별법은 일반법과 달리 특정지역 또는 특정 사안에 대해 적용되는 법이다. 사업비도 천문학적이고 불가역적이어서 최고의 ‘지역발전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사업비를 보면 충청권 행정중심복합도시 22조5000억원, 대구경북신공항 12조8000억원, 광주군공항이전 6조7000억원, 가덕도신공항 13조7000억원, 달빛고속철도건설 예상비용 4조5000억원 등 천문학적이다. 그럼에도 이들 사업은 정부의 국고지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각종 개발특혜 아래 추진되고 있다. 재정이 바닥난 ‘국고 먹는 하마’ 사업이나 다름없다.

특별법의 남용은 도시간 경쟁력 격차를 벌리고 지역균형발전을 무너뜨린다. 특별법을 확보하지 못한 지자체는 지역개발이라는 ‘기회비용’를 놓친 패자로 전락했다. 특별법이라는 ‘최상위 무기’를 가진자만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격이다. 국회의원 수가 많은 힘센 지자체만 특별법의 수혜를 독점해서는 안된다. 울산은 연간 20조원 규모의 세금을 내는 명실상부한 1인당 국세납부 기여도 1위 도시다. 인구감소에다 지역개발 재원마저 고갈된 울산은 지금 혹독한 가뭄 속에 비만 기다리는 천수답 꼴이다. 울산도 타 지자체처럼 지역개발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는 특단의 개발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김창식 논설실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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