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김종경 시인
2001-01-14 경상일보
울산 문화예술의 미래는 과연 있는가?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이전에 비해 울산의 문화예술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많이 발전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이 일관된 방향성을 갖춘 정책의 바탕 아래 당국과 문화예술계, 일반시민 이 세 기둥의 유기적인 협조와 부단한 수준 향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결코 말할 수 없다. 상당 부분 예술 인구의 증가 등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진 측면이많다. 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 이제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입장에서 울산 문화예술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문화예술을 시민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하고, 나아가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도 상당수 지역에서는 문화예술을 큰 틀의 복지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고, 문화복지라는 정책용어가 등장한지도 꽤 오래되었다. 심지어 더 나아가 당국이문화예술의 향유를 소수 계층에만 독점하게 할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문화예술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것은 울산에서도 시립교향악단 등 시립예술단이 지금껏 상당수 공연을 많은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시민 눈 높이에 맞게 갖지 않은 사례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울산 문화예술의 미래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먼저 "문화예술 정책"이 마련돼야 하고, 다음으로 "양질의 인력"을 갖추어야 한다. 모든 일을 하는데는 밑그림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최근 몇 년동안 시행된 일들을 보면 어떤 방향성 아래 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심하게 말하면 사안이 일어날 때마다 일을 만드는 한건주의, 이벤트성 사업이 주류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수년 사이에 봇물 터지듯열린 각종 축제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울산이란 토양에 맞게 일관된 방향성을 가진 중장기 문화예술 정책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언제까지 관행적인 업무와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사업을 만드는 행태를 되풀이할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나라에서 문화예술 정책을 계발하는 가장 권위있는 기관인 한국문화정책개발원 등에 용역을 맡겨서라도 장기적인 문화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건설과 도시계획 등에는 수없이 많은 용역을 하면서 문화예술 분야의 용역은 등한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 민선시대가 열린지 무려 5년 6개월이 지났고, 광역시가 된지도 3년 6개월이나 흘렀다. 그동안 시민들은 귀가 따갑도록 울산을 문화관광도시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쯤은 그 기초가 될 중장기 문화예술 정책은 마련돼 있어야 할게 아닌가. 그런 다음 이를 운용할 양질의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기존 공무원 가운데 문화예술 담당 부서인 문화체육국과 문화예술회관 등에 몸담고 싶어하는 사람을 배치함과 동시에 서울 등지로 보내 교육도 받게 해서 전문인력으로 키워야 한다. 그리고 뛰어난 능력을 보이면 인사상 혜택도 주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는 문화예술 담당 부서는 그저 거쳐가는 자리에 불과하다. 전문 인력이 생길 수가 없다.곧바로 문화예술의 낙후로 이어진다. 울산시 고위 간부가 몇년 전 수억원을 들여 문화예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용역을 하겠다고 해놓고는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라는 점이다. 또 그 간부는 문화예술 담당 부서든, 환경 관련 부서든, 그 어떤 부서에 있든지 능력이 뛰어나면 승진을 시키겠다고도 말했다. 그런데도 아직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 민선시대에 단체장이 기존의 나쁜 관행을 털어버리지 못한다면 시민들은 민선시대를 맞은 이유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문화예술도 모든 시민들이 당연히, 반드시 누려야 할 권리이다. 김종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