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돈 출처놓고 논란
2001-01-12 경상일보
안기부가 구여당에 선거자금으로 지원한 1천192억원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의 돈은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 김영삼 전대통령의 통치자금으로 여러가지 다른방법을 통해 조성된 비자금이 안기부 계좌로 관리되다가 구여당으로 빠져나갔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하면 (서울 내곡동의) 안기부 청사 신축자금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검찰은 물론 "당시 안기부 직원이 발행한 국고수표를 확인했고 예산담당직원의 지출결의서등 물증을 확보하고 있다"며 그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이번 검찰수사에 있어서 구여당 선거자금으로 제공된 안기부돈이 국가예산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관행에 따라 조성된 대통령 통치자금인지 여부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국가예산이라면 국고를 빼돌린 국기문란 범죄지만 통치자금이라면 사건의 성격이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타깃도 김 전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치자금설-안기부 청사신축자금설 한나라당은 안기부 계좌에 있던 돈이 당시 신한국당에 유입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돈은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 단지 비밀유지를 위해 안기부 계좌에서 관리되던 정치자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바꿔 말해 안기부 계좌가 돈세탁용으로 이용됐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그 근거로 연간 5천억∼6천억원에 이르는 안기부 예산중 인건비 차지비중이 60%에 가깝고 각종 경직성 경비까지 고려할 경우 1천억원이라는 거액을 빼돌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강삼재 의원이 안기부 돈수수설을 강력히 부인하면서 "15대 총선당시 선거자금은 구 민정당으로부터 넘어온 재산과 후원금 등으로 마련됐으며 일부 밝힐 수 없는 돈도 포함됐다"고 한 것이나 김영삼 전대통령이 "강전총장이 지각있는 사람인데 절대 안기부돈인지 알고는 안받았을 것"이라고 말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가하면 민주당 이해찬 최고위원은 11일 자금의 출처가 안기부 청사이전 과정에서 조성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92년부터 안기부는 청사신축을 이유로 매년 200억~300억원의 예산을 요구했는데 신축이 끝난 94년이후에도 2년이나 신축자금 부분 만큼의 예산이 남아있어 뭉칫돈마련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특수부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 전대통령이 기업인들로부터 한 푼도 안 받는대신 국가예산 중 일부를 정치자금으로 만들어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경우 출처를 감추기 위해 비교적 안전한 안기부 예산으로 장부처리를 하거나 안기부 관리계좌에 넣은 뒤 나중에 다시 빼내 사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검찰의 반박 검찰은 통치자금 또는 안기부 청사신축 자금이라는 주장에 대해 "법과 절차에 따라 안기부에 배정된 순수한 국가예산이라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며 일축했다. 검찰 수사관계자는 "당시 정부의 예산담당직원이 발행한 국고수표와 지출관련서류를 확보하고 있으며 수사결과 발표때 근거를 제기하겠다"고 밝히고 "이 국고수표가 안기부 계좌에 입금됐다가 세탁돼 민자당과 신한국당 계좌로 흘러들어간 뒤 다시 총선후보들에게 나눠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고수표란 정부기관에서 한국은행 등을 통해 발행하는 수표로 재경원 국고과와 각부처의 예산 분임 지출관이 발행하는 수표를 말한다. 박순용 검찰총장도 지난 8일 "구여당으로 흘러간 지원금은 대부분 정부예비비로 조성됐고 소액의 안기부 일반회계 등도 포함됐다"며 이번 사건을 국고 횡령사건으로규정했다. 그러나 검찰은 현재 안기부 선거 자금으로 드러난 1천192억원의 돈이 전부 안기부 예산이란 물증을 확보하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또한 각 부처 분임 지출관이 발행한 국고수표의 경우 반드시 국가예산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검찰이 밝힌 국고수표의 정확한 발행처도 밝혀져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