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군, 97년 열화우라늄탄 위험 내부 경고
2001-01-11 경상일보
영국군이 4년전 열화우라늄탄에 노출되면 폐와 림프, 뇌에암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병사들에게 경고했었다고 BBC 방송 등 영국 언론이 11일 군내부문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언론에 유출된 이 문서는 1997년 3월 군사령부 병참감이 작성한 것으로 열화우라늄탄 공격을 받은 차량에서 구조 또는 수리 임무를 수행하는 병사는 허용기준치의 8배에 달하는 우라늄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에 대해 “(이 문서의) 일부 조항들은 과학적으로 틀린 것이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 문서는 훈련생이 작성했고 상관의 승인을 받지 못한 신뢰할 수 없는 초안”이라고 반박했다. 영국 정부는 열화우라늄탄과 이에 노출된 뒤 암 진단을 받은 병사들 사이에 관련이있음을 입증하는 의학적 증거는 아직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 문서는 열화우라늄탄이 사용된 걸프전과 보스니아, 코소보에서 파견됐던병사들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달 이탈리아는 발칸지역에 파견됐던 군인 30명의 질환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이 가운데 7명이 암으로 사망했으며 5명은 백혈병이었다. 프랑스에서도 군인4명이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다른 유럽 국가의 정부와 민간 기구들도 발칸 평화유지군에 파견됐던 군인들에 대한 검사를 시작했다. 영국도 지난 9일 압력에 굴복해 코소보와 보스니아에 파견됐던 군인들에 대해 건강검진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이는 군인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 일 뿐 열화우라늄탄과 암의 연관성을 정부가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존 스펠러 군장관은 “열화우라늄탄은 영국군 무기로 계속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도 열화우라늄탄 사용을 일시 중지하자는 이탈리아와 독일의 요청을 거부했다. 열화우라늄탄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먼지를 들이마시면 수십 년 후에 암에 걸릴수 있고 유독성 금속으로 인해 신장 손상도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암에 걸린 발칸지역 파견 군인들의 경우 열화우라늄탄에 노출된뒤 너무 빨리 암이 발생한 점을 들어 열화우라늄탄과 관계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군은 이 문서에서 불용성인 우라늄 이산화물 먼지는 독성은 적지만 들이마시면 폐에 축적되고 방사능에 의한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우라늄 먼지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고 병사들에게 방독면을 지급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런던 AP=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