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과 실종된 시민의식

2001-01-10     경상일보
금주초 폭설로 인해 발생한 교통대란은 당국의 위기대처 능력부족에 더해 시민들의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20년만의 기록적인 폭설앞에 드러낸 일부관료들의 무사안일주의와 무능은 그리고 고속도로상이나 공항에서의 무질서와 혼잡상황은 이게 과연 선진국대열에 들어섰다는 우리국민들의 수준인가 싶을 정도다. 영동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는 도로공사 직원과 경찰이 월동장구를 갖추지 않은 차량들의 운행을 제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통제선을 뚫고 눈이 덮인 고속도로로 내달렸으며 통제하는 경찰관에게 거친 항의를 하는 운전자들도 있었다하니 실로 어처구니 없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치르면서 많이 나아진 시민의식과 질서의식이 이 정도라니 실망스럽다. 경찰의 지시와 통제에 따라 월동장비를 갖춘 차량들에 우선 길을 열어주고 모두가 질서를 지켰더라면 제설작업의 지연으로 차속에서 수시간씩 갇혀 추위에 떠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관계당국의 대처능력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민들의 질서의식이 이 정도라면 상황이 악화된데 대해 누가 누구에게 탓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은 결항사태가 빚어진 공항에서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예약했던 항공기가 결항되고 천재지변 등 때문에 운항이 지연돼 주요한 사업상 약속이나 개인적 스케줄이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폭설과 홍수·태풍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항공기의 결항과 운행지연은 누구를 탓할수가 없는일 아닌가. 항공기 사고는 모두 대형참사로 이어지기 때문에 악천후에서의 운항조건은 더욱 까다롭고 법률적으로도 제한을 받고 있다. 설사 이같은 사실을 모른다 하더라도 항공사측이 악조건을 무릅쓰고 운항을 한다면 승객들이 나서 안전성여부를 따지고 이를 거부해야 할 것이다.  물론 서비스업체임을 망각하고 승객들에 대해 좀더 나은 배려와 봉사를 베풀지 못하는 항공사 직원들에게도 문제가 없는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행기가 뜰때까지 대합실에서 책을 읽으며 몇시간이라도 차분히 참고 기다리는 외국인들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질서의식이 뿌리내려야 예기치 않은 재난도 쉽게 극복할수 있고 선진국 대열에 드는 첩경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