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드러난 승부조작 부정경륜

2001-01-09     경상일보
9일 수원지검에 경륜승부를 조작한 경륜선수와 도박사들이 적발됨으로써 부정경마에 이어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부정경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경륜경주의 승부조작은 경륜도박사들의 치밀하고 조직적인 선수포섭작업과 금품에 눈이 먼 경륜선수들, 합숙선수를 외부인과 접촉하도록 방치한 경륜운영본부의 선수관리 부주의에 의해 이루어졌다.  검찰에 구속된 전 국정원 무술담당 직원 김모씨(31)는 함께 구속된 수원 북문파 조직폭력배인 서모씨(27)와 경륜선수를 포섭해 경륜승부를 조작하기로 공모했다.  이들의 포섭대상은 특선급에서 우수급으로, 우수급에서 선발급으로 자기 실력보다 한단계 낮은 단계에서 경기하는 선수들.  이들은 실력이 낮은 선수들과 경주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마음먹은 대로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우선 경륜운영본부로부터 관여정지를 당한 김모(25·우수급)선수에게 접근,지난 99년 5월께 "경륜승부를 조작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700만원을 줬다.  서씨는 같은해 6월 하순께 임모(26·우수급)선수에게 접근, "다른 선수 한 명과 함께 1,2위를 차지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100만원을 주는 등 경륜선수 3명을 같은 수법으로 포섭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 등 도박사들은 김선수에게 수원시 영통동의 아파트를 얻어주었으며 오모(25)선수에게는 포텐샤 승용차를 교부하는 등 포섭한 경륜선수들에게 거액의 돈과 고급 승용차 등을 주며 매수,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  이들이 고배당의 수익을 얻기위해 시도한 경륜승부 조작방법은 모두 4가지.  도박사들은 매주 목요일 출전 선수들이 합숙에 들어가기 2시간 30여분 전에 합숙장소인 서울 Y호텔 엘리베이터 안의 노인을 위한 안전 손잡이 뒤편에 미리 입수한 출주표를 붙여놓고 매수한 선수가 이 출주표에 자신이 이끌어 1, 2위로 입상시킬 선수를 표시, 다시 도박사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인 쪽지작업을 주로 사용했다.  또 매수된 선수가 도박사가 쓴 모자와 같은 색의 옷을 입은 선수와 동반입상하는 방법인 모자작업, 출주전에 도박사가 지정한 선수와 동반입상하는 번호작업, 출주표를 합숙 전에 입수해 선수와 입상선수를 정하는 출주표작업도 사용됐다.  이런 승부조작으로 지난 99년 10월 23일 11경주에서는 경륜선수 김씨가 미리 약속한 선수 2명이 1, 2위로 입상토록 경기를 이끌어 60만원을 배팅한 도박사 서씨가165.9배인 9천여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부정경륜이 발생한 것은 선수 합숙시간 전에 미리 출주표를 공개하고 합숙하는 선수들이 외부인과 접촉할 수 있도록 방치한 경륜운영본부의 잘못도 크다는지적이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경륜경기의 승부조작 등 부정경륜을 막기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선수관리와 함께 투명한 경기운영 방식이 도입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에서도 지속적인 단속을 펴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