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천간은 10개, 지지는 12개일까

2001-01-07     경상일보
엄밀히 말해 올해 신사년(辛巳年)은 양력 1월 1일이 아니라 음력 1월 1일인 1월 24일이 시작이다. 갑자년, 을축년, 신사년 하는 따위로 해를 매기는 방법을 갑자기년법(甲子紀年法)이라고 한다.  고대 중국에서 비롯된 이런 기년법은 우리 나라의 경우 확실하지는 않으나 늦어도 삼국시대 초기에는 도입된 이래 서력기년법(西曆紀年法)을 공식 채택한 1896년까지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사용됐다.  누가 발명했는지는 모르지만 참으로 절묘하게 천간과 지지를 결합한 이런 시간구분법을 보면서 많은 궁금증이 떠오르는데, 그중 하나가 왜 하필 천간은 10개이며 지지는 12개일까 하는 점이다.  천간과 지지는 간지(干支)라 하는데 주역을 연구하는 학술모임인 동방문화진흥회 신성수(申性秀) 학술위원은 간지는 간지(幹枝), 즉 나무 줄기와 가지라고 말한다.  간지는 이미 중국 은나라 사람들이 남긴 갑골문에 아주 빈번히 발견되고 있다. 은나라 이전부터 간지가 널리 사용됐음은 고고학적 발굴로 확실해졌다.  그런데 간지는 은나라 때는 날짜에만 사용됐으며 기원전 2세기경 한나라 때 와서야비로소 갑자년, 을축년 하는 따위로 해를 표시하는 데 쓰이게 됐다고 신씨는 설명한다.  갑·을·병·정 하는 천간이 왜 10개이며 자·축·인·묘 따위의 지지는 왜 12개인지는 은나라 갑골문에 들어 있다. 갑골문을 보면 은나라 사람들은 순(旬), 즉 열흘을 단위로 해서 갑일(甲日)부터 계일(癸日)까지 세고는 다시 갑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은나라 사람들은 해가 아닌 달을 기준으로 하는 태음력(太陰曆)을 사용했으므로 달이 차느냐 기우느냐에 따라 1년을 12달로 구분했다.  이 12달을 은나라 사람들은 1월, 2월, 3월,…12월의 순서로 매겼다. 지지(地支)가 하고 많은 숫자 중에서 12개가 된 까닭이 여기에서 말미암는다.  중국문자학 전공인 연세대 중문과 이규갑 교수는 "갑골문을 보면 은나라 사람들이열흘을 단위로 날짜를 구분했음은 확연하며 1월, 2월, 3월과 같은 문구도 아주 빈번히 등장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천간이 10개이고 지지가 12개인 것은 지금으로부터 3000년을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는 중국 은나라 사람들의 시간 관념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년법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라는 10천간(天干)과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라는 12지지(地支)를 조합해 해를 구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