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파동은 여전히 안개속
2001-01-04 경상일보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의 가세로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의 대표성은 한층 강화됐지만 스토브리그를 뒤흔드는 "선수협 파동"은 여전히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구랍 20일 구단 사장들이 주동자 6명을 방출하는 초강경 조치를 취한 뒤 이에대한 반발로 선수협 가입선수들이 급속도로 늘어났으나 구단측의 사단법인 설립 불허 방침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선수협이 전체 375명중 226명으로 불어난 세를 앞세워 구단측을 계속 압박할 경우 정규시즌이 열리지 못하는 등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만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8개구단이 선수협을 바라보는 시각은 요지부동이어서 선수협의 실체를 인정한 뒤 방출 조치를 철회하는 등 요구 조건을 대폭 수용할 용의가 있지만 사단법인 설립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선수협 집행부의 사단법인 설립 의지는 강력하다. 선수협이 KBO와 동등한 법인체로 발전하지 않으면 어떤 권익도 제대로 보호받을 수없다는 것이 집행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선수협은 총회에 참석했던 28명의 핵심멤버와 방출 조치 이후 가세한 대다수 동조 선수사이에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다.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에 밀려 단독 가입을 선언한 이승엽은 "가입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내 할 일은 다했다"며 선수협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뜻이 없음을분명히 했다. "사단법인 시기상조론"을 펼치다가 뒤늦게 가세한 이호성(해태) 역시 "팀의 분열을 막기 위해 선수협 가입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선수협 집행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선수협 전체선수들이 사단법인 설립을 관철시키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해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선수협 파동"을 중재했던 문화관광부는 이번 사태 역시 조기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화부 고위 관리는 "선수협 파동이 지난 해와 똑같이 전개되고 있다. 구단측과 선수협의 워낙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시즌 개막이 임박한 3월에야 타협점을 찾을 수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