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선거자금 수사 안팎

2001-01-04     경상일보
안기부의 96년 총선자금 지원 사건에 대해 본격수사에 나선 검찰은 김기섭 전 안기부운영차장을 연행 조사하는 과정에서 언론과의 접촉을 일절 피하는 등 보안 유지에 극도로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검찰은 3일 밤 김 전 차장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법처리 여부를 의식한 듯 정확한 연행시간과 방식에 대해서도 "어제 늦게 데리고 왔다"는 말만 되풀이 할뿐 처음부터 노코멘트로 일관.  검찰은 또 기자들에게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검찰 간부나 수사관과의 개별면담이나 취재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수사내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말해줄 수 없다"고 말해 보도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로 수사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당초 보름정도 엠바고(보도자제)를 요청했던 것도 사건의 성격상 일정기간 수사에 보안을 유지해야만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차장은 검찰로서는 지난해 7월 안기부의 총선 자금 제공 혐의를 포착한 이후6개월여만에 첫 소환자가 됐다.  지난 3일 오후 검찰은 긴급 간부 회의를 소집, 김 전 차장의 소환 여부 문제를 놓고 긴밀한 협의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수사 간부는 계좌 추적이 미비한 상황에서 섣불리 불렀다간 낭패를 볼수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사건 자체가 이미 언론을 통해 세간에 알려진데다 김 전차장의 도피 우려가있다는 수사진의 보고가 올라오면서 즉각 신병확보쪽으로 수사 방향이 급선회했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지난 2일부터 김 전차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수사관을 배치, 잠복 근무를해오며 밀착 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차장 조사는 갑작스레 결정됐다"며 "출입기자들이 엠바고를 받아들였다면 그렇게 빨리 소환이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장은 지난 93년부터 안기부 기획조정실장과 운영차장 등을 지냈다.  기조실장은 예산과 인사를 한손에 주무르는 직책으로 이른바 통치 자금으로 불리는자금의 조성 규모와 경위, 구여권 지원 규모 등을 충분히 알고 있는 위치에 있다.  김 전차장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향후 수사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수사진을 그 어느때보다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나 권영해 당시 안기부장, 신한국당 선대본부고위 간부들에 대한 소환 문제도 김 전차장의 입에 달려 있다는 관측까지 나돌고 있다.  김 전차장의 신병처리는 5일 오후 공식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도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김 전차장을 사실상 강제 연행한 만큼 구속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구속이 이뤄질지는 수사결과에 달려있는 만큼 속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 주변의 관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