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EZE기금 지원 올해부터 중단
2001-01-04 경상일보
한국 여성계의 오랜 "자금줄"이었던 독일 EZE기금의 지원이 올해부터 완전히 중단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을 꾸려온 일부 여성단체가 극심한 재정난을 겪을 위기에 처했다. 운영비 조달이 "발등의 불"이 된 단체들은 올해부터 수익사업, 기금 마련 캠페인을 본격화할 태세여서, 이를 계기로 여성운동의 색채와 활동방식이 크게 변모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공동대표 지은희 등 3인)에는 지난 1989년부터 매년 단체 운영비의 큰 몫을 의존해온 독일 EZE기금이 올해 7월부터 끊긴다. 독일 개신교해외개발원조처는 제3세계 국가의 교회·여성·빈민운동의 자립 기반형성 차원에서 한국 여성계에도 EZE기금을 원조했으나, 96년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후 지원중단 의사를 밝혔다. 여연은 당시 "한국은 선진국이지만 여성운동은 후진국 수준"이라는 논리로 2001년 중반까지로 지원 계약을 어렵게 연장했지만 한때 운영비의 60%까지 보조해주던 지원금 규모가 격감, 마지막 해인 지난해에는 40%인 8천여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남인순 사무총장은 1일 "EZE기금은 특정사업 수행을 지원하는 일반 기금과 달리 인건비를 포함한 단체의 경상경비를 지원해 그동안 큰 힘이 됐다"며 "지금은 위기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최영애)도 운영비의 30%를 차지하던 EZE기금이 지난해 6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상태다. 장윤경 사무국장은 "상담시간을 24시간에서 12시간 체제로 바꾸고 상근 상담원도 13명에서 11명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이 기금을 받았던 국내 종교·여성단체는 한때 40여개에 이르렀지만 독일의 지원축소로 90년대 후반 급격히 감소, 현재 2~3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류는 다르지만 독일 HBF재단의 지원을 받아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을 운영해온 한국 여성의전화연합도 올해부터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이다. 여성단체의 운영비는 지금까지 이런 외부 원조, 자발적으로 조성한 기금, 회원단체분담금으로 마련됐다. 이 가운데 3분의 1이 구멍나는 재정적 비상사태는 여성단체로 하여금 자구책 마련을 서두르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