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 시인의 감성기행] 1.국도 24호선의 시작
2001-01-03 경상일보
나라의 길(국도)은 크게 "고속국도"와 "일반국도"로 나눠지고, 그 길들에는 사람으로 치자면 주민등록번호 같은 고유번호가 붙어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경부고속도로는 1번 고속국도이고,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길은 1번 일반국도, 목포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길은 2번 일반국도이다. 길에 붙은 번호가 홀수면 그 길이 남북으로 이어지고, 짝수면 동서로 이어진다는 것을 뜻한다.아쉽게도 울산에서 출발하는 길은 없다. 울산에서 눈에 익은 길 번호인 "국도 7호선"은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까지의 길이고, "국도 31호선"도 부산에서 강원도 양구까지의 길이다. 울산에서 언양까지의 고속국도 8호선(연장 14.3km)이 있지만 그 길은 울산 안의 길이다. 그래서 길의 입장에서 보면 울산은 언제나 경유지이다. 그런데 울산에서 끝나는 길은 하나 있다. "국도 24호선"이란 길이다. 국토의 동서를 잇는 이 길은 전남의 신안, 무안, 함평, 장성 전북의 담양, 순창, 남원, 경남의 함양, 거창, 합천, 창녕, 밀양 그리고 울산까지 13개 고장을 이어주는 총연장453.7km의 먼길이다. 옛사람들의 길의 단위로 환산하자면 1,130리나 되고, 비교하자면 426.3km의 경부고속도로보다 긴 길이다. 그리고 그 길의 가운데쯤 남도의동과 서를 막고 선 지리산이 서있다. 국도 24호선 시발지의 위치는 전남 신안군 지도읍 감정리 점암부락. 그러나 자세히살펴보면 길은 그 작은 어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인근 섬으로 차량과 사람을 함께 실어 나르는 선박인 철부도선을 정박시키기 위해 24호선 국도포장이 바다속까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도 24호선은 바다 속에서부터 시작하는 길인 것이다. 호수처럼 맑고 푸른바다, 그 바다 위로 부서지며 반짝이는 햇살 속에서 길은 신화(神話)처럼 뭍으로 걸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마치 신안 해저유물이 그 바다 밑에서 출토되었듯이. 그 길 곁에는 "여기서부터 국도 24호선(신안-울산)이 시작됩니다"는 대형표지판도 서 있다. 시발지에 출발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표지판을 통해 국도 24호선이울산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에 놀라고, 동쪽 끝에 있는 도시 울산을 생각하는 것이다. 전남 신안군은 홍도와 흑산도, 가거도, 압해도, 암태도, 하의도 등을 비롯 829개의섬(유인도 79, 무인도 750개)으로만 이뤄진 곳이다. 그 섬들 중에서 국도 24호선이 출발하는 지도(智島)는 신안군에서는 배를 타지 않고 승용차로 찾아갈 수 있는 유일한 섬이다. 지도는 1975년 2월25일 무안군 해제면과 연육(連陸)되면서 육지의 끝이 되었고,1980년 신안군의 하나 뿐인 읍으로 승격했다. 지도는 196km의 해안선을 가진 큰섬으로 1869년에는 독립된 지도군으로 승격돼 군세를 떨쳤으며, 당시 1군1향교 건립 원칙에 따라 "지도향교"(문화재자료 111호)가 세워졌을 정도로 유서 깊은 섬이다. 국도 24호선이 출발하는 점암부락은 목포와 광주에서 지도를 오가는 시외버스들의 종점이다. 신안군의 또 다른 섬인 임자도를 연결하는 선박이 오가는 선착장도 있다. 그 선착장에 선박이 도착하면 물밑의 국도 24호선 시발지는 바다 위로까지 연장되는 셈이다. 어쩌면 국도 24호선의 시작은 그 배들이 떠나온 섬인지도 모른다. 뭍과 편안하게 이어지고 싶은 섬사람들의 마음이 바다 위에도 끊임없이 길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 중구 성남동 4-5번지 상업은행 성남지점 앞에서 끝나는 국도 24호선의 시작에 서서 나는 길이란 살아 꿈틀거리는 생명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해는 동쪽 바다에서 뜨고 서쪽 바다로 지지만 그 서쪽 바다에서는 다시 동쪽 바다를 찾아가는 길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수첩길잡이 ▶광주와 목포에서 신안군 지도읍 점암부락까지 시외버스가 다
닌다. 목포에서는 1시간30분, 광주에서는 1시간50분쯤 걸린
다. 지도읍에는 몇 안 되는 숙박시설이 있으며, 배에 승용차
를 싣고 갈 수 있는 인근 임자도, 증도에도 숙박시설이 있
고 민박도 할 수 있다.
먹거리 ▶지도에서는 낚시로 잡은 숭어회가 맛있다. 지도읍 읍내리 3구의에서
주메뉴로 내고 있는데, 가격은 한 접시 15,000원.
볼거리 ▶지도읍의 와 읍내 선창 인근에 21개의 비석이 서 있는 도 찾아가 볼
만하다. 점암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20분쯤 가는 임자도에는 길이
12km 폭 300m의 광활한 백사장을 가진 이 있다. 읍내 송도선착장에서
는 과가 있는 증도로 갈 수 있다. 신안군의 다른 섬을 찾아가려면
목포항여객터미널(061·243·0116)까지 가야 한다.
특산품 ▶신안군에서는 청정해역의 개펄로 만든 제품을 관광상품으로 판매하
고 있다. 팩, 비누, 바디 클렌저, 샴푸 등을 선물세트로 준비해 놓
고 있다. 영양이 풍부한 개펄 간척지에서 생산되는 쌀을 라는 상표
로 연중 판매하고있다. 구입문의 지도단위농협 061·275·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