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가 주최한 2021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TEAF 2021)가 7일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 일원에서 총 25일 간의 전시일정을 마무리했다.철새공원에서 3년째 이어져 온 올해의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전시공간의 장소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수많은 변수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가변적 상황을 작품에 그대로 반영해야하는 ‘설치미술’ 취지에 최대한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총 14회차 설치미술제가 개최되는 동안 시민들 역시 태화강 둔치의 미술전시를 낯설게 여기던 관점에서 벗어나 현대미술 흐름 안에서 일상의 예술향유를 누리려 적극성을 띠고
2021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에는 또 하나의 ‘무제’ 작품이 있다. 캐나다 작가 에미 스켄스베드의 작업이다. 작가는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 숲그늘 아래, 천으로 된 의자와 해먹을 설치한 뒤 누구라도 그 곳에서 앉거나 누울 수 있도록 권하고 있다. 단 몇 분만이라도 편안하게 쉬었다 가기를 원하고 있다.사실 그의 해먹 작업은 이미 수년 째 반복돼 왔다. 다만 실내, 공원, 거리 등 그 것이 설치되는 장소만 다를 뿐.해먹과 의자는 모두 현재의 물리적 시간과 장소에 관심을 유도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다. 그 것들은 장소 특정적 조각들로서 점유
김시하 작가의 작품은 올해 설치미술 중 가장 육중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철제판이 벽처럼 둘러쳐졌다. 사각으로 파 놓은 땅 속으로 또다시 사각의 쉼터가 조성됐다. 그 안으로 성큼 한발 딛고 내려 가, 바닥에 깔린 나무 부스러기를 밟으며, 쉼터에 걸터앉아 하늘을 본다. 달라진 눈높이 때문인지,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 전경이 조금 전 바라봤던 느낌과 사뭇 다르다. 하늘이 한뼘 더 높아진 대신 바람은 잦아들고, 공기의 무게는 더해지며, 햇살의 각도는 수평으로 좀더 기울어진다. 이 작품은 땅을 파고 그 안에 앉아 땅의 기운을 느끼는 일, 그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 잔디밭. 희안하게 생긴 물건이 높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서 있다. 멀리서 보면 버섯 형상을 닮았다. 가까이 다가가면 우주선처럼 보인다. 더 가까이 접근하여, 눈 앞에서 볼 때는 화려한 뿔을 자랑하는 사슴과의 어느 동물처럼 보이다가도, 그리스 신화 속 트로이의 목마가 떠오른다. 그리고 또 하나. 동물원에서 보았음직한, 온갖 동물들이 먹고, 자고, 쉬어가는 그들의 보금자리이자 놀이터로 느껴지기도 한다. 김영우 작가는 원래 목공예가다. 이번 설치미술은 나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김 작가의 공감각적 표현 능력이 느껴지
참여작가팀 ‘뚜따꿉’은 서정배, 권재현씨 2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이 작업한 설치미술은 나무로 만든 집이다. 태화강 둔치의 나무그늘 아래 ‘마이 스위트 홈’이라는 문패를 단 한 채의 집이 만들어졌다. 작품 ‘즐거운 나의 집’이다.‘집은 행복한 곳이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행복은 추상적인 것이다. 그 불분명한 실체때문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애쓰며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작가노트‘즐거운 나의 집’은 안에선 밖을, 밖에선 안을 훤히 볼 수 있도록 제작됐다. 분명 집이라고 지었으나 외부로부터의 침입, 이웃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마날 알도와얀의 작업은 올해 선보인 설치미술 작품 중 어린이 관람객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작품이다. 작가는 태화강국가정원 풀밭 위에 크고 작은 트램펄린을 무려 7개나 설치했다. 큰 트램펄린 위에는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이 3명이 한꺼번에 올라 가 껑충껑충 뛰면서 마음껏 놀 수 있다. 그 보다 작은 트램펄린에는 혼자 올라 선 아이가 높푸른 가을하늘을 머리에 이고 온 힘을 다해 제자리뛰기를 이어간다. 주말에는 아침 일찍부터 그 주변에서 뛰고 놀며 몇시간씩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이 적지 않다. 아예 캠핑용 의자를 가져 와, 가로수 그늘
해마다 신선함을 더한 작품이 등장하는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따사로운 가을 햇살과 조각품이 어우러진 태화강국가정원도 한층 돋보인다. 26일 이곳으로 송철호 울산시장이 방문했다. 송 시장은 40여 분 동안 머물며 12점의 모든 설치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시민들과 의견을 나눴다. 또 내년 설치미술제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송 시장은 아디티 조쉬 작가의 비닐봉지와 폴리프로필렌 포대를 활용한 설치작품을 처음 관람했다. 이어 국동완 작가의 ‘여긴 처음 보지만 내가 어렸을 때부터 놀던 곳이다’를 돌아봤다. 송 시장은 글자 조각 외곽선만 남아
미술을 어려워하거나, 미술관 방문을 고된 노역처럼 여기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작품을 오랫동안, 꼼꼼하게 살펴보아도, 이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메시지가 무엇인 지 도통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작품을 소개하는 게시판에서 해당 작품 제목이 ‘무제’라고 안내될 땐 가히 절망적이라고까지 한다. 그 때부터는 눈 앞에 놓인 미술품이 미술품으로 보이지 않는다. 편안한 기분으로 요리조리 뜯어보고 감탄하며 즐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풀어야 할 과제를 앞에 둔 것처럼 부담스러울 따름이라고 토로한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가 진행 중인
멀리서 살펴 본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 뾰족한 삼각원뿔 여러 개가 풀밭 위로 쑥쑥 솟아있는 것이 눈에 띈다. 어릴 적 가지고 놀았던 ‘레고’ 장난감의 나무틀과 닮았다. TV에서 봤던, 파란 요정 스머프의 버섯집 같기도 하다. 바닷빛이 감도는 청록의 색감이 시원하다. 대낮의 환한 햇살과 높푸른 가을하늘과 잘 어울린다. 그런데 웬걸. 가까이 다가가니 환상이 깨진다. 예쁘고 앙증맞을 것 같던 그 작품 표면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손발이 스쳐지나간 듯 온갖 생채기로 가득하다. 삼각원뿔은 갈라지고 깨지고 으스러져 있다. 바닥에는 흙 묻은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 잔디밭에 새하얀 컨테이너가 자리하고 있다. 벽면에 새겨진 한 문장이 눈에 띈다. 멀리서도 읽혀질 만큼 크고 명확하다.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일본작가 무라카미 사토시의 작업이다. 제목을 살펴보니 ‘이주(移住)를 생활하기’라고 소개 돼 있다. 우리의 말하기 습관과 다소 동떨어진 듯 느껴진다. 하지만 어순이 틀린 건 아니다. ‘이주(移住)’라는 말은 본래 살던 집에서 다른 집으로 거처를 옮긴다는 것, 좀더 의미를 확대할 경우엔 외부의 상황에 적응하기 위하여 이제껏 살던 곳과 같은 환경을 찾아서 옮겨 사는
본보가 주최하는 2021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TEAF 2021)가 14일 개막했다. 올해 전시는 오는 11월7일까지다. 예년보다 두배로 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문화예술을 자유롭게 즐기지 못하는 한계상황과 그에 따른 아쉬움을 여유로운 일정으로나마 충족하고자 함이다. 탁 트인 야외 전시장은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한 문화의 장이다. 게다가 시각예술 최일선에서 설치작업으로 현대개념미술을 완성해 온 미술작가와 그들의 열정을 만날 수 있다. 이에 본보는 전시 일정이 마무리되는 그 날까지 매일 아침 현장을 방문하여 하루에 한 작품씩 설치작
경상일보가 주최·주관한 2021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이하 TEAF 2021)가 14일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남구 삼호동 와와마을 건너편 태화강변)에서 시작됐다.울산시와 울산미술협회가 후원하는 올해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별도 개막식 없이 엄주호 본사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상찬 울산시 문화관광체육국장, 이상봉 경남은행 울산본부장 등 최소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야외 행사장을 거닐며 작품해설을 듣는 것으로 진행됐다.올해 미술제는 ‘누구의 눈에도 숨겨 놓지 않았지만,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것(Unh
작가는 ‘하울라스’(Jaulas·새장)를 통해 갈등의 서사를 드러내 보인다. 작품을 구성하고있는 우리(cage)는 각자 부서지고 망가진 동물조각을 하나씩 품고 있는데, 그것들은 마치 적수, 또는 시간이 주는 폭력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어 굴복한 파편으로 보인다. 우리(cage) 안에 차갑게 식어버린 유해는 그들 또한 어떤 갈등의 목격자였음을 우리에게 강렬히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작가는 사라져 간 동물들의 존재가 영원히 반복되는 풍경속에 기억되고 기념될 수 있도록 조성하고 그것을 통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숨겨둔 것들과 보이지않는 것들
작가는 사물과 공간의 관계를 관찰하고 시각적, 공간적 경험에 대한 확장된 접근방법을 실험해 왔다. 인위적 자연공간인 태화강국가정원은 자연인가, 인공물인가? 작가는 인간이 만든 모든 공간에는 안과 밖이 존재하지만, 자연에서 안과 밖의 구별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것의 시각적 개념을 설치작품으로 풀어낸다. 벽과 문, 그리고 창문들은 안과 밖을 명확하게 구분해 주지만 동시에 구분이 모호해지는 지점들을 만들어 낸다. 그 모호해지는 지점들은 실제 공원에 존재하는 자연들, 나무와 땅, 빛과 바람을 통해 인위적 안과 밖의 구별
2021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일시:10월14일~11월7일-장소: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개막식:10월14.일 오후 5시해먹과 의자는 모두 현재의 물리적 시간과 장소에 관심을 유도하고자하는 목적을 지닌다. 그것들은 장소특정적 조각들로서 점유한 공간에 묶인 상태로 존재한다.작업은 텍스트를 낭독하는 목소리를 담은 녹음물과 함께 전시된다. 녹음물은 초연결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에서 물리적 존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목소리다. 작가는 관람객의 신체를 에워싸는 해먹과 의자, 그리고 그 안에서 고요한 음성을 들을 수 있는 다중 감각적 환경을 조
작가가 나고 자란 도시 뭄바이는 버려진 비닐봉지가 하수구를 막거나 여기저기 찢어진 채로 산재한다. 쓰레기더미 속 비닐봉지는 도시의 냄새, 소음, 속도감을 보여주는 뭄바이의 대표적 풍경 중 하나다. 작가는 이런 쓰레기더미에서 보이는 비닐봉지의 값싼 텍스처와 색감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비닐봉지의 자유로운 형태와 투명성, 장식성에 주목한다. 현대도시의 일상에서 환경을 위협하는 가장 큰 주범이 되는 플라스틱은 간편하고 위생적인 반면, 사용되는 순간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도처에 널린 이런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역설적으
오늘날 우리는 온라인 매체를 통해 개인의 공간을 공개하고 타인의 공간을 관찰하는 것이 더는 이상하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다. 개인의 선택에 의해 기록되고 편집된 공간은 여러 형태로 재구성된다. 작가는 구체적인 물질세계와 선택적 기록이 만드는 디지털세계의 유기적 관계에 주목하고 다른 세계 안에서 공존하는 서식지의 가변성과 유동성을 실험한다. 나무, 풀, 꽃, 강 등을 배경삼아 단순한 형태와 색의 바닥에 원통·원뿔의 조형물은 굳지않는 점토로 만들어져 고정되지 않은 채 환경에 부딪히며 반응한다. 관람객의 행위에 유기적으로 반응하며 변화하
작가의 경험에 기반한 ‘이주(移住)를 생활화하기’는 삶의 기반은 생각 이상으로 연약하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동일본지진이 지나 간 어느 날, 작가는 더이상 월세를 내며 평범하게 작업하고 살아 남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2014년 4월부터 ‘이주(移住)를 생활하기’라는 제목을 붙인 뒤 스티로폼으로 만든 집을 이고 다니며 살기 시작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0년 도쿄에서의 삶의 일부를 기록한 영상을 선보인다. 집과 함께 머물 곳을 찾기 위해 자신이 발딛고 있는 곳을 계속해서 설명해야하는 상황과 마주치는 아이러니는 우리의 삶이 얼
물웅덩이처럼 보이는 크고 작은 트램펄린은 손으로 만질 수 있고 그 위에 올라가 드러눕거나 뛸 수 있으며, 때때로 관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 설치되는 작품은 2020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울라(AlUla) 사막 지역에서 선보인 작품의 새로운 에디션으로 태화강국가정원이라는 전혀 다른 맥락에 놓여짐으로써 새로운 의미로 다시 태어난다. 사막에서는 물 부족으로 인한 환경 위기를 개념적으로 표현했다면, 태화강변에 설치될 트램펄린은 울산의 젖줄이 되어 온 태화강을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8개의 크고 작
집은 ‘행복’한 곳이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행복’은 추상적인 것으로 언제나 존재할 수 있지만, 그 추상성이 갖는 불분명한 실체때문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애쓰며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집은 부의 상징이 되기도한다. 집의 크기와 위치, 본인 소유 여부에는 많은 의미들이 얽혀있다.‘즐거운 나의 집’은 안과 밖이 투명하게 보이는 집이다. 불완전하고 불분명한 경계로 이루어진 이 집은 소유자가 생각하기에 따라서 어디가 되든지, 어떤 조건이든지 ‘자신의 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사유를 하고, 앞날을 꿈꾸기도 하며, 편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