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청원 대표가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정치투쟁 잠정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민주당과 청와대측은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비리척결은 정쟁이 아니다"라는 한나라당의 입장을 놓고 논란은 있었지만 어쨌든 정치권의 격한 대선 전초전이 일시 휴전상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월드컵 기간 외국 손님들을 불러놓고 장외투쟁 걱정을 하지 않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다고 정치권의 공방이 즉각적으로 소강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비리의혹 사건들에 대한 검찰수사가 여전히 진행중이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민심끌기 행보도 한치의 양보없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휴전선언도 월드컵에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는 상태에서 정치공세가 별다른 관심을 끌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 측면을 상당부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월드컵기간 상대당이나 후보를 고의로 흠집내는 태도는 지양할 것"이라면서도 대변인실 논평 등 "일상적 당무활동"은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변인실이 이날도 여전히 상대당 공격에 바빴던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국민앞에서 일단 휴전의사를 밝혀 놓았지만 비리척결 문제와 정쟁은 다르다는 상반된 시각에서 여전히 험한 말싸움이 오고갈 것으로 보이며 이같은 싸움은 언제 멈추게 될지 모를 것이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아직 깊숙히 자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정치권은 정쟁중단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휴전선언이 국민에 대한 눈속임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비단 소모적 공세를 자제하는데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것이 대선에 함몰돼 있는 상황에서 여러가지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방선거 문제를 정밀히 검토,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성실한 일꾼을 뽑을수 있도록 당차원의 노력을 기울인다거나, 국회 후반기 원구성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생각을 모아 본다면 이같은 기대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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