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너무 높았던 것인가. 지난 27일 막이 오른 뮤지컬 처용은 우리나라 최고의 연출가와 극작가, 배우, 스텝이 참여한데다 울산시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만든 대표적 문화상품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가진데 비해 뮤지컬로서의 역동감이나 이야기가 안겨준 감동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2시간 30분여에 걸친 긴 작품 뮤지컬 처용은 일반 서민으로 해석된 처용 캐릭터의 신선함과 배우들의 열연에다 관객들의 호기심이 더해 창작뮤지컬로서의 첫발을 호응 속에 내디뎠으나 작품성에 있어서는 많은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민영 단국대 대중문화예술대학원장(연극평론가)은 "해석하기가 쉽지않는 처용의 인물을 용서와 화합의 캐릭터로 재창출하고 짧은 제작기간에도 불구하고 대형 창작뮤지컬을 지방에서 창작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처용에 대한 수많은 학자들의 다양한 해석을 뒤로하고 "구름처럼 바람처럼" 욕심없이 사는 관용의 상징으로 그려 울산시민의 공감을 이끌어냈으며 인적 자원이 부족한 지방도시에서 대형 창작뮤지컬을 완성해냈다는 점에서 우선 호평을 이끌어냈다.

 박용재 한국뮤지컬대상 심사위원(스포츠신문 대기자)은 "재미는 없었으나 고전미를 살린 안무와 음악이 돋보였으며 오케스트라와 노래를 전부 라이브로 공연하면서 초연을 무리없이 이끌어 낸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뮤지컬의 특성인 노래보다는 대사 중심으로 이끌어나가 역동성이 부족했고 춤과 노래, 연기가 한데 어우러지는 앙상블을 느끼기는 역부족이었다. 또 줄거리에 있어서는 극적 대립이나 반전, 갈등과 화해가 밀도감 있게 표현되지 않아 감동을 전하지는 못했다.

 양승국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는 "처용을 우리의 이웃에 살고 있는 인물로 설정했지만 보편성이 부족하고 이야깃거리의 미비로 뮤지컬의 특성인 감동과 재미를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으며 유민영교수는 "대사 중심으로 진행돼 긴장감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처용이 부마로 간 뒤 육손과 이슬은 장시간에 걸쳐 몇차례나 반복되는 대사를 통해 외모와 신분을 비관한 뒤 다시 노래로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등 노래가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뮤지컬의 특성을 살리지는 못했다.

 처용-공주-이슬-육손의 관계를 통해 극적 요소를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이들 사이에 공통 또는 대립되는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나마 처용과 공주는 처용의 자유로운 생활을 두고 갈등이 야기되었으나 마지막 장면에서 왕과 왕비가 있는 가운데 당당하게 용서받음으로써 "관용"을 억지로 이끌어내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처용-공주-육손, 이슬-처용-공주의 갈등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으나 육손은 외모로, 이슬은 천민이라는 각각의 자책을 심각하게 드러내 의아하게 했다. 반면 삼국유사에서 가장 극적인 요소로 해석되는 육손-처용의 관계는 뚜렷한 동기없이 이슬을 사모하던 육손이 갑자기 공주를 범하고는 "처용가" 한곡으로 마무리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또 임금의 사위를 일컫는 부마라는 단어는 턱없이 "공주의 부마"로 몇차례나 사용되어 관객을 혼란스럽게 했고 신뢰를 잃게 했다.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 30여곡의 창작 음악과 안무는 작품성을 높이는 요소가 되기는 했으나 다양성과 역동성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줄거리가 지난 3월에서야 완료됨에 따라 작곡에 소요된 시간이 한달에 불과, 30여곡을 한달내에 완성한 뒤 음악감독 박칼린씨가 연습 도중 수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민영교수는 "육체적 언어인 춤이 다듬어지지 않아 예술성이 부족했다"고 말했으며 채현경 울산대 음대학장은 "전체적인 음악이 한국적인 장단에 근간을 둬 친근감과 흥을 돋우었으나 대동소이한 곡들이 많아 등장인물의 특성을 강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장면 전환을 위해 제작된 회전무대로 인해 장면 전환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빨리 이루어져 지루함을 덜었으나 무대장치는 단조로웠다. 턱없는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은연 중에 명성황후의 무대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초가지붕만 잔뜩 그려진 엉성한 처용의 집이 몇차례나 반복해서 나오고 비닐같은 것을 덮어 표현한 개운포 바닷가에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전체 관람객 수도 800명선에 불과해 홍보전략의 수정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명숙 jms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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