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군수 엄창섭)이 최근 파견한 동유럽 시장개척단이 상담액 2천만달러(250여억원)에 500만달러(60여억원) 상당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성과"를 안고 돌아오면서 "세일즈 행정"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장기간의 사회주의체제를 이어오면서 공무원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동유럽 국가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엄 군수가 직접 단장을 맡아 나선 것이 주효, 현지업체의 호응도가 높았다.
 또 정태익 주 러시아 대사와 이상철 폴란드 대사가 시장개척단 적극 지원에 나섰으며 각국 KOTRA무역관의 아낌없는 협조로 짭짤한 성과를 거둬 여타 자치단체 시장개척단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체제가 바뀌면서 경제규모가 급성장세를 보이면서도 아직까지는 다소 어두운 면이 많아 "기회의 땅"으로 꼽히는 동유럽 시장들의 특성을 살펴보고 각 업체의 호응도를 분석해 본다.
□시장개척단 성과
 시장개척단에 참가한 7개 업체 전원이 계약을 성사시키는 동시에 시장동향의 맥을 짚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 향후 시장개척단 참가 희망 업체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차례의 상담을 통해 계약을 성사시킨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점과 첫 계약이후 이어질 향후 물량 등을 감안하면 이번 시장개척단의 실적은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성장과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시장 특성의 맥을 제대로 짚은 도영알로에(대표 권도영)는 3개국 모두 계약 실적을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10건의 상담을 통해 92만달러 상당을 계약했다.
 겨울이 길고 추운 3개국의 특성에 맞춰 냉난방 조끼를 테마로 시장개척에 나선 동우테스(대표 권오석)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12건의 상담에 32만달러 상당을 성사시켰다. 러시아시장의 경우 2천벌의 조끼를 시범적으로 판매한 뒤 1만벌 가량 추가주문을 발주하기로 해 지속적인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업체들이 관세장벽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틈새를 이용해 시장개척에 나선 와이어로프 전문제조업체인 (주)영우산업(대표 허영섭)도 바이어 상담이 줄을 이은 가운데 21건의 상담을 가졌다.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해 섬유를 생산하는 금호섬유공업(주)(전무 강성찬)은 가장 많은 22건의 상담실적과 3~4차례의 현장방문을 가질 정도로 바빴다. 재활용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다소 애로를 겪었으나 가능성을 인지한 업체들의 문의가 잇따랐다.
 초저온용기 제작업체인 (주)한비(대표 천성흔)는 11건 상담에 60여만달러 상당을 계약했으며 러시아에서 열린 가스관련 업체 전시회를 통해 각국의 시장동향을 파악하는 성과를 올렸다.
 포장 전문업체인 (주)신일산업(대표 문도)과 태림산업(대표 차시용)은 15건씩의 상담을 통해 30여만달러와 5만달러 상당을 계약했다.
 동유럽 3개국의 특성
△러시아=오일머니가 급속히 유입되며 연 평균 7%대의 고속성장을 이뤄 나가고 있다. 인구 1억5천만명. 치안상태가 다소 불안하고 계약 성사가 어려운 점은 있지만 "위기=기회"라는 말이 제대로 맞아 떨어지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석유 및 가스의 국제가격 상승으로 수출이 대폭 늘어나고 있으며 99년과 2000년의 대폭적인 루블화 평가절하로 제조업이 급성장세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푸틴 정부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경제 개혁 드라이브에 가속도가 실릴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재 50% 이상을 수입하는 거대 수입시장으로 기계, 설비, 중소 플랜트 등 자본재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제도적 인프라와 운송 통신 금융 등 주요 기간 서비스가 다소 미흡한 실정이며 업체들마다 고율의 세금을 피하기 위한 암거래, 일부 현금선불과 외상거래 결합형태가 주요 거래형태로 부각되고 있어 이같은 특성을 시의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폴란드=국토면적이 한반도의 1.4배로 90% 이상이 평지로 이뤄져 있으며 인구는 3천800만명이다.
 지난 5월1일 EU에 가입한 이후 각광을 받고 있는 유럽시장의 제조업 "기지창"이지만 한국 기업의 진출은 아직까지 미미한 실정이다. 중·동구 유럽 국가 가운데 최대 잠재력을 보유한 풍부한 시장성이 장점으로 꼽힌다.
 외국 투자기업들의 의존도가 높고 원자재와 내구재, 소비재 등이 주로 수입되고 있다.
 산업구조조정과정에서 민영화를 통한 기업매각에 치중, 전략산업 육성이 다소 부진하며 전통산업인 철강, 석탄, 비철금속 분야의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통신, 금융 서비스분야의 외국 투자기업 의존도가 높고 이동통신, 인터넷 등 IT분야 성장률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제적 관행에 의한 상거래 경험부족으로 신용(L/C)보다 외상이나 현금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체코=한반도의 3분의1 규모에 인구는 1천만명. 수도 프라하의 관광객이 지난 한해동안 1억명을 넘어서면서 관광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며 크라운화의 대미달러 환율 강세로 자본재 수입이 대폭 늘어나면서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총무역량이 크게 늘고 있어 전체적인 경기는 활성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폴란드와 함께 지난 5월1일 EU에 가입했다.
 주요 수출품은 기계류 자동차 기초금속제품 석유제품 철강제품 등이며 전체 수출량의 50.1%를 넘어서고 있다.
 수입품은 기계류 및 운송장비, 화학제품, 철강 및 금속제품, 원유 및 가스, 식품류 등이다. 최대 무역상대국은 독일이며 수출과 수입이 30%대를 넘어서 독일경제권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기계산업 발달로 소비재 산업 기반이 취약한 편이며 서유럽 편입 지향적인 중부 유럽의 물류거점으로 가격시장에서 품질시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놓여있다.
 서구식 유통체제가 갖춰지지 않아 수입을 겸하는 도매상이 많고 개방이후 독일, 오스트리아 업체들이 유통업에 대거 진출해 있다.
 신용장 개설시 부담하는 담보금 예치(100%) 때문에 신용장 개설을 기피하며 외상거래를 선호한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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